신민아 “저희 엄마처럼 친구 같은 엄마 되고파”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9 14:05
  • 호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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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3일의 휴가》에서 김해숙과 모녀 연기하는 신민아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갯마을 차차차》, 영화 《디바》 등으로 연기력에 물이 오른 신민아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의 이야기를 다룬 힐링 판타지 영화다. 극 중 신민아는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의 백반집을 운영하는 ‘진주’ 역을 맡아 복합적인 감정을 단단하게 표현해 냈다. 《3일의 휴가》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연출한 육상효 감독과 《7번방의 선물》(각색), 《82년생 김지영》(각본) 등을 집필한 유영아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신민아는 김해숙과 모녀로 연기 호흡을 맞춘다. 김해숙은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로 변신한다. 신민아는 “연기를 하면서 ‘역시 김해숙 선생님은 다르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의 눈빛으로 서사가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오래전부터 신민아와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다는 김해숙은 “신민아가 딸이어서 재미있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신민아는 지금까지 작품에서 만난 딸 중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웠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신민아를 직접 만나 작품의 비하인드와 근황을 들었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3일의 휴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의 감정은 어떨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대본이 따뜻했다. 극을 관통하는 매개가 음식이다. 정선의 시골집에서 촬영을 했는데, 촬영 내내 아궁이에 불을 때서 음식을 했다. 음식 냄새가 은은하게 주변을 감쌌다. 이 작품은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극 중 김해숙의 딸로 등장하는데, 호흡은 어땠나.

“사실 선생님들과 촬영할 때는 긴장이 많이 된다. 한데 김해숙 선생님은 기본적인 카리스마와 함께 또 다른 아우라가 있었다. 선하고 따뜻하고 정이 많으셔서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입고 있는 옷만 봐도 울컥할 정도였다.”

요리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평소 요리 실력은 어떤가.

“칼질만 열심히 준비했다. 집에서 무를 엄청 썰며 연습했다. 평소에 요리를 즐겨 하는 편이 아니지만 김치찌개나 김밥 정도는 한다.”

실제로 신민아는 어떤 딸인가.

“제가 오히려 엄마에게 안부를 종종 묻는 편이다. 엄마가 전화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웃음). 엄마와는 친구처럼 지낸다. 자주 만나고, 또 제 고민도 친구에게 말하듯 더 터놓는 편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이후 엄마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기도 했나.

“엄마뿐만 아니라 소중한 관계의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잘 살피고 연락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모든 관계는 언젠가는 이별을 한다. 지금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함께 있을 때의 행복을 더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캐릭터는 공황장애를 겪는다. 연기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나.

“사람은 누구나 감정에 기복이 있다. 추운 날 무리를 하면 감기 기운이 생기듯이 어떤 일을 갑자기 겪으면 우울한 감정도 생긴다. 극 중 진주는 엄마를 잃고 공황장애가 생긴다. 그 감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저 역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면 힘들고 우울하다. 한데 또 이겨내야 한다. 그 상황을 특별하게 여기기보다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또 견뎌지더라.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다. 진주 역시 아파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영화 《디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등 연이어 우울감을 겪는 역할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더 밝아졌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험치도 쌓이고 공감의 폭도 넓어져서 표현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밝아진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살기 위해 밝아졌다(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예민하고 스트레스에도 취약한 직업군이다. 나름의 방법을 찾은 거다. ‘별거 아니야’ ‘큰일 아니야’ ‘괜찮아’ 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늘 한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순하게 살고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TV를 계속 틀어놓는 편이다. 어른들이 왜 TV를 계속 보시는지 알겠더라. 잡생각이 줄고 집중하게 된다.”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나.

“오늘 같은 인터뷰도 그렇다. 말의 무게들이 있기에 조심스럽다. 드라마나 영화는 공동 작업이다. 내 행동이나 내 연기가 팀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결과에 대한 부담도 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

40대를 곧 맞이한다.

“30대가 됐을 때보다 오히려 좋다. 마음이 편하다. 이만큼 잘 견뎌냈고, 그런 만큼 더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4라는 숫자의 첫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혹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

“후회하지 않는다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현재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애써(웃음). 아, 과거로 굳이 돌아간다면 공부를 좀 잘해 보고 싶다. 어린 시절에 데뷔해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공부를 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신민아 학생의 모습도 궁금하다. 하하.”

‘로코퀸’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캐릭터 안배를 잘하는 느낌이다.

“하고 싶은 게 많다. 제가 생각보다 연기 욕심이 많다(웃음).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캐릭터나 장르에 대해 정해 두지 않고 늘 열린 마인드로 대본을 봤던 것 같다. 영역을 정하지 않고 그 시기에 주어진 작품에 충실하다 보니 필모그래피가 여러 장르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할 것이다.”

이 영화는 모성애에 관해 얘기한다. 모성애란 무엇일까.

“상상을 해보면, 내가 아주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과 가족에 대한 마음과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보다 몇 배 이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엄마가 된다면 나 역시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다. 훈육을 조금은 하겠지만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

시골에서의 촬영은 어땠나.

“정선에서 두 달간 머무르며 촬영을 했다. 이른 아침의 시골 풍경이 너무 예쁘더라. 왜 사람들이 시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힐링하는지 알겠더라. 촬영장 자체가 힐링이었다.”

1998년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현재까지 톱배우 위치에서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비결은 뭔가.

“감사함을 알기에 맡은 임무를 잘 해내고 싶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현장에서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장담하건대, 나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고민은 처음과 변함없다. 많은 분이 그걸 느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하다.

“결국 작품의 흥행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고 정말 집중했느냐, 그래서 내가 행복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연기를 오래 할 수 있다. 연기하면서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 늘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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