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봉(59·사법연수원 21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유엔 산하 상설전쟁범죄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재판관에 선출됐다. 한국 검찰 출신 법조인이 ICC 재판관에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 변호사는 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 ICC 당사국총회에서 임기 9년의 신임 재판관 6명 중 한 명으로 선출됐다.
그는 123개국 당사국 출석 중 유효 투표수(123표)의 3분의 2(82표)이상에 해당하는 83표를 받아 당선이 확정됐다.
한국인이 ICC 재판관으로 뽑힌 것은 송상현 전 ICC 소장, 정창호 현 재판관에 이어 세 번째다.
국제형사법 전문가인 백 변호사는 서울법대, 컬럼비아대 법학대학원(LL.M)을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수원 수료 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검찰에 22년간 종사했으며, 재임 기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대검찰청 세계검찰총장회의준비사무국 외신대변인, 유엔마약및국제범죄사무소(UNODC) 방콕지부 선임법률자문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4년 검찰을 떠난 뒤 최근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형사 분야 변호사로 일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ICC 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 변호사는 선거에 앞서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ICC는 수사와 재판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잘 받아들여질지, 국제사회 전반의 신뢰와 지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외부의 자문을 수용하고 심의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백 당선자는 다양한 경험 및 로마규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ICC가 다루는 중대 범죄 억제 및 피해자 구제, 선진 정보기술(IT) 활용을 통한 재판 효율성 증진 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가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23개국이 회원국이 있다.
ICC 재판관은 총 18명이며, 3년마다 당사국총회에서 임기 9년의 재판관을 6명씩 뽑는다.
한국에선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재판관과 최고 책임자인 소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정창호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재판관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