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 ‘PK’ 달려갔는데…이재명표 ‘동진정책’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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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엑스포 참패’ 책임 선긋기…‘산은 이전’ 등 PK 현안엔 침묵
‘PK 위기론’ 부상?…“동진 의지도 안 보이고 구심 인물도 실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기는 민주당’ 공약으로 내세웠던 ‘동진(東進) 정책’이 최근 퇴색된 분위기다. ‘산업은행 이전’ 등 PK(부산·울산·경남) 현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다. 논의를 위해 이 대표를 찾아온 박형준 부산시장은 문전박대까지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부산을 직접 찾아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PK를 사수할 당내 ‘구심점 인물’이 없는 점은 민주당의 ‘PK 위기론’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은 지난 6일 부산 국제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모습. 오른쪽은 5월2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왼쪽은 지난 6일 부산 국제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모습. 오른쪽은 5월2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1년 전과 달라진 ‘동진’ 태도…“부산 의석수 더 줄여야”

이 대표는 대선과 전당대회 후보 시절부터 ‘동진’ 열의를 보여 왔다. 그는 당대표 취임 후 지도부와 주요 당직 인선에 서은숙 최고위원(지명직)을 비롯한 영남권 인사들을 배치시켰다. 또 임기 초반 현장 최고위원회의도 부산에서 여러 차례 개최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등 산적한 현안 해결 의지를 보여 왔다.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과 송철호 울산시장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으로 악화된 민심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의 동진정책은 임기 초반보다 동력을 잃었다는 평이 만연하다. 이 대표가 적극 추진을 약속했던 각종 PK 현안에서 소극적 태도로 변하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서도 즉각 대정부 공세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유치 실패 경과 등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6일 대통령실 소관 상임위인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소집도 요구한 상태다. 이들은 “대통령실이 그간 무슨 준비를 했냐”며 국회의 책임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여기에 민주당은 ‘KDB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문제와 관련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도 해당 현안들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4일 이 대표를 예방하러 국회를 찾았으나 만남조차 불발됐다. 이에 박 시장은 ‘지역균형발전’ 취지인 만큼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적극 나서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등이 연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서한을 대신 전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PK 현안에 소극적인 민주당을 향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세를 집중시켰다.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이 산은법 개정을 계속해서 막는다면 부산시민의 엄중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민주당 부산 의원들은 삭발이라도 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언제까지 약속을 어기면서 부산시민의 염원을 외면할 생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5일 획정된 선거구와 관련해서도 ‘부산-인천 의석수 차별’을 근거로 반발했다. 지역별 인구수 비율을 따졌을 때 “부산 의석수를 한 곳 줄여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합리적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수도권-지방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PK 민심은 거부감을 느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PK 원외 인사도 “인구 이탈 등 근본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총선과 연관된 문제만 따지면 지역민들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13일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8월13일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연합뉴스

‘엑스포 참패’에도 지지율 반사이익 못 본 野

실제로 정치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PK 민심이 민주당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봐도 ‘엑스포 유치 실패’ 직격타를 입은 정부 여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PK 민심이 함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11월5주차 조사에선 민주당의 PK 지지율이 전주 대비 3.4%포인트 떨어진 36.4%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의 11월5주차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전주와 동률인 33%로 나타났다. 엑스포 참패의 반사이익을 보지 못한 셈이다.

여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엑스포 유치전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해당 이슈가 민주당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PK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오히려 우리 측에선 민주당이 이 문제를 띄워주는 것이 땡큐(고맙다)”라며 “민주당은 애초 약속만 하고 유치전 노력도 안한 정당이란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겠나. PK 보수층의 반민주 정서를 더욱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PK 위기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PK를 사수할 민주당내 구심점 인물이 없는 점도 정치권에서 지적되고 있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동진정책 의지도 최근 잘 안 보인다”며 “PK를 대표하는 민주당내 인사도 떠오르지 않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도 무너진 상태고, 박형준 시장이랑 대결할 부산시장 후보군도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과 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PK 위기론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해당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6%다. 한국갤럽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2.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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