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명낙대전’ 발발하나…폭풍전야 민주당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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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신당 창당 움직임에 野일각 ‘분열’ 우려
‘통합’ 강조한 이재명, 비명계와 회동 여부 주목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분열 위기에 놓였다. 이재명 체제에 맞서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이 전 대표가 측근들에게 창당의 ‘실무적 준비’까지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낙연 신당’이 초재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 전 대표를 따르는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과 원외 친문재인(친문)계 인사들까지 이 전 대표와의 동행을 결심할 경우,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분당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단 전망까지 제기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칠어진 이낙연의 ‘입’…신당 초재기?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단독] “이낙연, 측근들에 ‘실무적으로 신당 준비하라’ 지시”),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신당 창당을 실무적으로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도부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한 바는 있지만 신당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권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가 대선 공약을 뒤엎고 선거제 개혁에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이 전 대표가 격노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이와 맞물려 이 전 대표의 공개 행보도 활발해졌다. 미국에서 귀국 후 언론 인터뷰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언론과의 접점을 늘리며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소상히 밝히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8일 MBC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여부와 관련해 “시간상으로 도움닫기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신이 한층 깊어진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된다면 오늘 밤에라도 만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그게 아니라 단합한 것처럼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그것(만남)이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무능과 부패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망가뜨리고 있는 지금의 양당 지배구조를 끝낼 것인가, 탈출할 것인가의 선택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며 “만만치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뜻을 모으고 의지를 굳건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 대표를 따르는 인사들의 행보도 활발해졌다. 당내 비명계 의원들인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0일 오후 여의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국민 토크쇼를 열었다. 이날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를 ‘너’라고 지칭한 한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너 밑에서는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행사에는 친이낙연계 성향의 원외 모임인 ‘민주주의실천행동’도 함께했다. 이 전 대표는 직접 참석하진 않았지만 기자들에게 “(원칙과 상식의) 문제의식과 충정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청년, 정치리더와 현대사회의 미래 바라보기’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청년, 정치리더와 현대사회의 미래 바라보기’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당은 ‘몸값’ 올리기용? ‘명낙회동’ 전망도

그러나 친명계는 ‘이낙연 신당’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을 겨냥한 ‘공천 학살’을 막기 위해 신당을 언급하며 당을 겁박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친명계인 김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정통 야당과 다른 전형적인 ‘사쿠라 노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시대정신은 국민들은 뭉쳐서 윤석열 검찰 독재를 견제하라인데,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당내 문제에 돌리거나 또는 시대 과제가 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그것이 전형적인 사쿠라”라며 “정치인 이낙연의 정체성이 뭔가를 묻게 된다”고 했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당이 하나가 돼 맞서 싸워야하는데, 이 전 대표가 당내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들 역시 이 전 대표에게 ‘창당 성공 가능성’을 낮게 진단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이에 일각에는 이 전 대표가 창당이 아닌 ‘포스트 이재명’을 노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전 대표는 당내 대권주자다. 만일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 전 대표의 그간 선택이나 성향들을 봐도 (신당 창당)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는 원내가 아닌 친문계 원외 인사들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 김해영 전 의원 등 원외의 친문계 인사들이 이 전 대표와 연대할 경우 당의 원심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에 일각에선 조만간 이 대표가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 전 대표와의 회동 및 갈등 봉합을 추진할 것이란 전언도 들린다.

중도적 성향의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 정국에서 내전이 일어나면 ‘윤석열 정권 심판’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이 대표도 그 상황은 막고 싶을 것이고 (갈등) 봉합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비명계가 요구하고 있는) 선거제 개혁이나 공천 개혁은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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