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김기현‧장제원 가고, ‘진윤’ 김한길‧한동훈 온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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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불출마’ 선언 다음 날 김기현 ‘당 대표 사퇴’ 발표
요동치는 與 권력구도…김한길 비대위설‧한동훈 등판설 부상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당 ‘권력 지형’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친윤석열계 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이들이 물러난 자리를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이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의 ‘구원투수’로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실세였는데…총선 앞 ‘친윤’ 전면 후퇴

이른바 ‘김기현 위기론’은 김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른 직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상대적으로 당내 세가 적었던 김 대표가 ‘윤심’(윤 대통령 의중) 업고 당 대표가 됐다는 추론이 제기되면서다. 김 대표를 둘러싼 의구심은 ‘강서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후 들어선 인요한 혁신위가 ‘윤심’을 거론하며 ‘친윤‧중진 불출마‧험지출마’를 촉구하자, 김 대표가 그 ‘첫 번째 희생 대상자’로 지목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김 대표는 거취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친윤계 복심인 장제원 의원이 먼저 결단했다. 장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후 김 대표는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측근들에게 거취와 관련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대표직 유지 및 출마’, ‘당 대표직 유지 및 불출마’, ‘당 대표직 사퇴 후 출마’, ‘당 대표직 사퇴 후 불출마’ 등의 선택지를 두고 측근들의 조언이 갈렸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명예로운 당 대표직 사퇴 시점’을 첨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숙고 끝에 김 대표는 13일 당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당 대표에 오른 지 279일만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이라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2022년 12월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2022년 12월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 물러난 자리, ‘또 다른 실세’가 채운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여권 내에선 ‘포스트 김기현 체제’가 언급되는 모습이다. 당장 차기 총선을 이끌 사령탑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거론된다. 당 외곽에 머무는 김 위원장은 ‘정부 책임론’에선 한 발짝 빗겨나 있지만, 윤 대통령이 가장 믿는 ‘진(眞)윤석열계’ 인사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이후 윤석열 정부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수장이 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중앙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같은 개국공신인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이 ‘윤핵관’으로 위세를 떨치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권영세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그러나 여권에선 정작 윤 대통령이 위기 때마다 찾는 이는 김 위원장이라는 후문이 들린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통합위 활동 보고를 위해 정기적으로 김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만남을 갖는다”며 “윤 대통령이 개인적인 고민이나 인사 개편 등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국민통합위를 나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끄는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김 위원장이 당의 총선 전략부터 공천 룰(rule) 개편 등 전권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당의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구체적인 후문도 들린다.

동시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시각도 있다. 당에서는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당의 얼굴인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맡아 전국적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돼 있다. 당 안팎에서는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내년 1월11일)을 앞둔 연말 연초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분명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당권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의 확장성을 가져오기 어려운 인사라는 지적에서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 주류층의 분열이 박근혜 정권 여당에서 발생한 ‘진박감별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당내에선 친박(親박근혜)과 진박(眞박근혜) 세력이 대립하면서 국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결국 당시 총선에서 여당은 정치권 예상과 달리 제1당 자리를 뺏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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