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與 권력구도…김한길 비대위설‧한동훈 등판설 부상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당 ‘권력 지형’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친윤석열계 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이들이 물러난 자리를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이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의 ‘구원투수’로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실세였는데…총선 앞 ‘친윤’ 전면 후퇴
이른바 ‘김기현 위기론’은 김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른 직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상대적으로 당내 세가 적었던 김 대표가 ‘윤심’(윤 대통령 의중) 업고 당 대표가 됐다는 추론이 제기되면서다. 김 대표를 둘러싼 의구심은 ‘강서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후 들어선 인요한 혁신위가 ‘윤심’을 거론하며 ‘친윤‧중진 불출마‧험지출마’를 촉구하자, 김 대표가 그 ‘첫 번째 희생 대상자’로 지목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김 대표는 거취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친윤계 복심인 장제원 의원이 먼저 결단했다. 장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후 김 대표는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측근들에게 거취와 관련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대표직 유지 및 출마’, ‘당 대표직 유지 및 불출마’, ‘당 대표직 사퇴 후 출마’, ‘당 대표직 사퇴 후 불출마’ 등의 선택지를 두고 측근들의 조언이 갈렸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명예로운 당 대표직 사퇴 시점’을 첨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숙고 끝에 김 대표는 13일 당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당 대표에 오른 지 279일만이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이라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친윤 물러난 자리, ‘또 다른 실세’가 채운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여권 내에선 ‘포스트 김기현 체제’가 언급되는 모습이다. 당장 차기 총선을 이끌 사령탑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거론된다. 당 외곽에 머무는 김 위원장은 ‘정부 책임론’에선 한 발짝 빗겨나 있지만, 윤 대통령이 가장 믿는 ‘진(眞)윤석열계’ 인사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이후 윤석열 정부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수장이 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중앙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같은 개국공신인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이 ‘윤핵관’으로 위세를 떨치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권영세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그러나 여권에선 정작 윤 대통령이 위기 때마다 찾는 이는 김 위원장이라는 후문이 들린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통합위 활동 보고를 위해 정기적으로 김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만남을 갖는다”며 “윤 대통령이 개인적인 고민이나 인사 개편 등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국민통합위를 나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끄는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김 위원장이 당의 총선 전략부터 공천 룰(rule) 개편 등 전권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당의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구체적인 후문도 들린다.
동시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시각도 있다. 당에서는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당의 얼굴인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맡아 전국적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찌감치 형성돼 있다. 당 안팎에서는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내년 1월11일)을 앞둔 연말 연초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분명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당권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의 확장성을 가져오기 어려운 인사라는 지적에서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 주류층의 분열이 박근혜 정권 여당에서 발생한 ‘진박감별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당내에선 친박(親박근혜)과 진박(眞박근혜) 세력이 대립하면서 국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결국 당시 총선에서 여당은 정치권 예상과 달리 제1당 자리를 뺏기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