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재명과 헤어질 결심…‘이낙연의 시간’은 올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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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원내 제1당’ 목표로 신당 공언…창당 실무 작업 돌입
이재명의 ‘통합 선대위’ 계획에 차질…비명계 신당 합류는 ‘물음표’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야권의 분열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그간 ‘이재명 사당화’에 우려를 표해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언하면서다. 당장은 이 전 대표를 따르겠다는 ‘거물급 인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선거제 개혁과 공천 개혁 등을 두고 당내 분란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 ‘이낙연 신당’의 세(勢)가 커질 여지는 충분하다. 이에 ‘통합과 단합의 기조’를 앞세워 총선 승리를 노렸던 이재명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9월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9월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창당 공식화…“욕심대로라면 총선서 제1당”

14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최측근들은 11월 말부터 신당 창당의 구체적인 실무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창당 시 투입되는 예상 비용 ▲지역별 합류 가능한 인사 ▲창당 관련 제도 및 법률 확인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전날(13일) 내년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에 출연해 ‘신당 창당 진짜로 할 건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뒤 “절망하는 국민들께 작은 희망이나마 드리고 말동무라도 돼 드리겠다, 이 방향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창당 시기와 관련해선 “새해 초에 새 희망과 함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창당 멤버와 관련해선 “이제 함께 모아져야 될 것”이라며 “사람들의 거취라는 건 남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시 총선 목표에 대해 “욕심대로라면 제1당이 돼야 할 것”이라며 “총선 전망은 제3의 신당이 얼마나 약진할 것이냐가 제일 큰 변수”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의 쇄신 정도에 따라서 신당 창당을 접을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하고 흥정할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마치 협상하는 것처럼 되는데 민주당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해선 “내 입으로 얘기하지 않겠다. 얘기해 봤자 부질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언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내년 총선의 화두로 ‘통합과 단합’을 강조한 바 있다. 당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반(反)윤석열을 기조로 총선 승리를 노린다는 게 이 대표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비이재명(비명)계의 좌장 격인 이 전 대표가 반기를 들면서, 이 대표의 총선 전략에 변수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정, 김두관, 윤준병, 이탄희, 이학영, 김상희, 이용빈, 민형배, 김한규. ⓒ연합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정, 김두관, 윤준병, 이탄희, 이학영, 김상희, 이용빈, 민형배, 김한규. ⓒ연합뉴스

‘선거제 개혁’ 둔 野내홍, 이낙연에겐 기회?

이런 가운데 ‘선거제 개혁’을 두고도 당의 내홍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지도부가 사실상 ‘병립형 회귀’로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에서 당 안팎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을 놓고 충돌했지만 격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선거제 개혁에 당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이재명 리더십’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다. 급기야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탄희 이원은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면서 배수진을 쳤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약속을 지키면 이기고 국민을 배신하면 진다”며 “병립형은 민주당 배신이자 김대중 노무현 정신의 배신이며, 국민 배신이자 역사적 퇴행”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이재명의 구심력’ 약화가 ‘이낙연의 원심력’ 강화로 이어질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당내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원칙과 상식’조차 이 전 대표 행보에 선뜻 동참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야권의 분열이 여당의 호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신 이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요구했다.

원외의 친문계 인사들과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측도 이 전 대표 신당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간의 회동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당의 노선 등을 두고는 뚜렷한 접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반이재명‧반윤석열’ 외의 비전을 선보이지 못하면 신당 창당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아직까지는 민주당 내에서 (이낙연 신당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 공천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뜻 이 전 대표를 따라나설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한 뒤 “만약 ‘원칙과 상식’ 인사들이 이 전 대표에게 붙지 않으면 신당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문 인사들도 아직은 창당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성급하게 급발진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탈당을 하거나 창당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라면서도 “이 전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걸 보면 (신당 창당) 유인은 분명히 있는 듯하다. 현역 의원의 동참이나 다른 전직 총리의 연대 여부 등이 중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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