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親尹, 꿈틀대는 제 3지대…‘유승민의 시간’은 올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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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높아진 劉…신당 띄운 이낙연‧이준석 모두 ‘러브콜’
총선 출마는 불투명…“총선에서 與 패배하면 劉 기회 올 것”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의도 정가에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 ‘비주류의 반란’이 예고되면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의지를 굳혔고, 이낙연 전 대표 역시 1월을 창당 ‘디데이’로 못 박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유승민 전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합리적‧온건 성향의 정치인이자, 경제 전문가인 유 전 의원을 ‘스카웃’하기 위한 제 3지대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 걸쳐 권력의 반대편에 섰던 보수 진영의 반골(反骨) 개혁가 유승민. 그의 시간은 과연 올 수 있을까.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달라진 친윤계 위세, 이준석은 ‘신당’ 암시

유 전 의원은 지난해 4월22일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초선인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하자 SNS를 통해 정계 은퇴를 암시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겨냥한 ‘낙선 운동’ 배후로 윤 대통령과 측근들을 저격했다. 파장은 컸다.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당내 친윤 세력은 물론 윤 대통령 역시 유 전 의원에 대해 큰 적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 이어 또 다시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채 정계 뒤편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돌연 유 전 의원의 ‘천적’으로 지목됐던 당내 친윤계의 분열이 일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을 가리켜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직격했던 친윤계 복심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뒤이어 ‘윤심 대표’로 불렸던 김기현 의원도 당 대표를 사퇴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선 측근들의 불출마를 바랬던 윤 대통령과 출마를 원했던 친윤계 의원들 간의 ‘기 싸움’ 끝에, 친윤계의 전면 퇴진이 이뤄졌다는 후문도 들린다. 권성동 의원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여당 내 권력지형이 정권 초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검토하며 흔들리는 사이, 개혁 보수 진영은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 특히 친윤계와 각을 세워온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13일 KBS 라디오 《특집 KBS1라디오 오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에 대해 “나는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당정관계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없을 경우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창당 시 투입되는 비용 ▲창당 준비위에 참여할 실무진 ▲지역별 출마 후보군 ▲전‧현직 의원의 참여 가능성 등을 두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당장 이 전 대표와 함께할 ‘거물급 인사’가 발표되지는 않았다. 다만 과거 이 전 대표와 창당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이 유력한 합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 전 대표는 10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유 전 의원에 대해 “철학을 많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열려 있는 옵션 중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신당설이 도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br>
신당설이 도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이낙연도 ‘러브콜’…유승민 정계 복귀할까

현 시점에서 유 전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손을 잡을 지는 불명확하다. 과거 유 전 의원을 도왔던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분명한 ‘정치적 동지’이지만, 정치 철학과 노선을 두고는 적지 않은 괴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유 전 의원은 또 하나의 선택지를 받아들었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반기를 들고 탈당을 암시한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유 전 의원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유 전 의원뿐 아니라 모든 원내외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유 전 의원 측도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1:1 회동에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사람의 동행 여부와 관계없이, 제 3지대에서의 유 전 의원의 ‘몸값’은 분명 높아진 모습이다.

유 전 의원이 제 3당에 몸을 싣는다면 불출마를 전제로 한 당의 선거대책위원장부터 비례대표, 용산‧종로‧영등포 등 주요 격전지 출마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유 전 의원은 ‘백지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상황에 따라 유 전 의원이 모든 선택지를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야인’의 길을 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대한민국의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면 ‘제 3지대’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진단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총선 결과에 따라 ‘유승민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변 환경에 본인을 변화무쌍하게 맞추는 게 권력을 갖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그런 면에서 유 전 의원은 시류나 시대에 편승하지 않는다. 어려운 길이지만, 초지일관 같은 메시지를 내며 끝까지 ‘자기 정치’를 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시대가 유승민을 원해야 한다. 현 ‘윤석열의 시대’에서 유 전 의원이 기회를 갖기 어렵겠지만, 차기 총선에 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유 전 의원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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