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직접 물으라” 이준석 “반쯤 긁은 복권”…‘김건희 특검’으로 1차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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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이준석 첫 공개 언급서 불편함 내비쳐
이준석 “‘김건희 특검’ 답변 왜 준비 못했는지 의문”
‘한동훈 비대위’가 이준석 탈당 막는다? “가능성 희박”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그건 이준석 대표가 저한테 물어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신 묻지 말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이준석 전 대표를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한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 안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히 담겼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두 인물이 총선 앞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정치 1차전’을 치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다면 “김건희 특검 수사를 총선 이후에 하기로 합의하자며 (야당에) 역제안을 할 것”이라며 “다만 민주당이 콧방귀도 안 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대신 묻지 말고 이준석 전 대표가 물어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선동용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 이 전 대표와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 전 대표도 전날 곧장 별도 공지를 내고 “한동훈 장관의 직접 질의 제안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KBS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 3분의 2 이상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한 장관이 예측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했던 것 같은데, 정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JTBC에서도 “김건희 특검은 ‘시험에 꼭 나오는 문제’라고 선생님이 집어 주는 예상 문제인데 왜 답변을 준비 못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겨냥해 “복권을 반쯤 긁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도 평가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한동훈, 복권 1등과 꽝 그 어딘가”

그동안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을 향해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며 평가해왔다. 그 중 하나가 ‘긁지 않는 복권’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17일에도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은 긁지 않은 복권 상태인데 1등도 꽝도 있다. 그 가운데 어딘가 성과도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행보를 가시화하면서 한 장관을 향한 평가가 날로 야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전날 “(한 장관은 지금) ‘너희 다 조용히 하면 (비대위원장) 해줄게, 너희가 이견이 없으면 해줄 게’ 이런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정계 입문을 할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날 이 전 대표를 향한 한 장관의 첫 일성이 더욱 주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비대위’ 앞에 놓인 여러 과제 중 하나로 바로 ‘이준석과의 갈등 해소’가 꼽히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기존 스케줄대로 오는 27일 탈당한 후 창당에 나설 경우,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거란 분석이다. 당내에서도 “분열은 필패”라며 새 비대위가 이 전 대표의 탈당은 적극 만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저울질하며 줄곧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해왔다. 사퇴한 김기현 전 대표는 끝까지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전 대표가 물러난 후로 이 전 대표와 소통을 주도하고 있는 당내 인물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창당을 가속화할 수도, 멈출 수도 있는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에 도착,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에 도착,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이준석이 요구하는 ‘용산 변화’ 못 이끌어낼 것”

국민의힘 내에선 한 장관이 ‘통합’을 자신의 성과로 삼기 위해 이 전 대표와의 협상에 적극 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도 한 장관과의 협상을 신당 창당 전 ‘마지막 변수’로 여기고 있을 거란 관측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한 장관이 이 전 대표의 이탈을 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이 전 대표가 이미 신당 행보를 번복하기엔 감정적으로 너무 멀리 갔다는 평가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전 대표는 선거를 두 번이나 승리로 이끌었는데, (당에서 이 전 대표를) 별다른 하자도 없이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를 내리며 결국 몰아내다시피 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그 당에 또 들어간다고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도 최근까지 “국민의힘에 잔류할 가능성은 없다”며 27일 탈당을 사실상 못 박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 장관이 이 전 대표가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제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직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그 한 마디에서 향후 용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 것인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 장관도 여론을 의식해 표면적으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그리고 당내 주류를 향해 어느 정도 쓴 소리를 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이 이 전 대표가 요구하는 ‘근본적’ 변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한 장관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전날에 이어 국회에 출석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한 전날 발언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 장관은 “어제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 않느냐”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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