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과 ‘韓心’은 다를까…이동하는 국민의힘 ‘권력의 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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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실상 결론…檢 이어 與 사령탑으로
당 실세 ‘윤핵관’→‘한핵관’ 전망 속 ‘尹-韓 관계’ 변화도 주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차기 사령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총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영입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 운영과 관련된 전권을 갖게 된다.

한 장관이 여당의 명실상부한 ‘실세’로 부상하면서 여권 권력의 추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당장 여권 일각에선 한 장관과 친분이 있는 이른바 ‘한핵관’(한동훈 핵심 관계자) 리스트가 돌기 시작했다. 이 탓에 정치권에서는 ‘한동훈의 조기 부상’이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부를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검사→장관→與비대위원장? 커져가는 韓의 체급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를 끝으로 비대위와 관련한 의겸 수렴 과정을 마쳤다. 당의 ‘큰 어른’인 상임고문들은 윤 대표에게 ‘한동훈 비대위’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한동훈 선대위’를 주장했던 당내 비윤석열(비윤)계 일부 의원들도 ‘한동훈 비대위’로 마음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장관도 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할 채비를 마친 모습이다. 한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 장관이 거론되지만, 정치 경험 부족이 단점으로 꼽힌다’는 질문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21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고 한 장관 추대가 결정되면 전국위원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다음 주 비대위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스타 장관’이었던 한 장관은 앞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카운터파트너이자 여당의 리더로 ‘체급’이 커지게 된다. 비정치인 출신 현직 법무부 장관이 정치 데뷔와 동시에 여당 총선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한심’(한 장관 의중), ‘한핵관’(한 장관 핵심 관계자) 등의 용어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모습이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읽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당의 실세로 불렸듯, ‘한심’을 아는 ‘한핵관’들이 당의 새로운 실세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기존 친윤계 의원들 외 한 장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정훈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 전 대표가 임명했던 핵심 당직자도 모두 바뀔 것이다. 한 장관이 신뢰하는 인사들이 당의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실세라는 말은 과격하지만, 한 장관과 편히 소통하는 이들이 아무래도 언론과 의원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은 ‘尹아바타’ 아니다? 레임덕 우려도

검찰개혁을 두고 한 장관과 갈등했던 야권도 본격적으로 한 장관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사실상 ‘용산 2중대’가 될 것이라 비판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한 장관이 ‘윤심’을 반영해 당을 운영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한 장관 측근들은 “한동훈을 모르는 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는 맞지만, 성격과 ‘정치 스타일’은 상반됐다는 얘기다.

조정훈 의원은 2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 장관이 ‘윤바타’라는 말에 대해 “인간 한동훈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내가 아는 한 장관은 검사 시절 주변에서 수사를 멈추자고 해도 본인의 소신과 맞지 않으면 끝까지 수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왜 이번만큼은 그 소신을 굽히고 ‘윤바타’ 역할을 할 거라고 말하는지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일각에는 한 장관의 부상이 그를 아끼는 윤 대통령에겐 ‘딜레마’라는 시각도 있다. 정권 2년차에 여권과 대중의 관심이 ‘정치인 한동훈’에게 급격히 쏠리게 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한 장관이 차기 총선에서 패배해도, 승리해도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한동훈에 대한 기대감으로 옮겨 놓고, 정권 재창출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보수층을 결집시키겠다는 게 여당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이렇게 되면 여권 내 권력 이동이 벌어질 것이다. 사실 대통령으로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레임덕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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