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비대위원장은 독이 든 성배? 한동훈 앞에 놓인 ‘난제들’
  • 박성의·구민주·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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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尹 아바타’ 비판에 ‘김건희 특검법’ 첫 시험대로
與지지율 한파 속 신당 띄운 이준석과 ‘화해’ 여부도 변수

이제 ‘한동훈의 시간’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1일 장관직을 내려놓고 총선 정국에서 여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할 예정이다. 한 장관은 당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고, 여당의 실질적 대표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일각에는 한 장관이 ‘정치 데뷔’를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시작하는 게 일종의 ‘낙하산’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론 ‘독이 든 성배’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그만큼 ‘한동훈 비대위’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아서다. 당장 ‘이준석 신당’ 창당 디데이가 임박한 가운데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을 띄우며 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한 장관이 돌파해야할 난제로 꼽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뿐 아니라 與일각서도 ‘尹아바타’ 공세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한 장관에게 법무부 수장 자리를 맡기며 그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특수한 관계’가, 현 시점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의 약한 고리가 된 모습이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한 장관이 당의 수장이 되는 순간 ‘수직적 당정관계’가 더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차라리 ‘검찰당’으로 이름을 바꾸라”며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윤석열 아바타인지, 김건희 아바타인지 헷갈릴 정도로 김건희 방탄에 열심히다”라고 지적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이미 똑같은 행동, 똑같은 생각하는 게 아바타다. 윤석열 대통령과 똑같이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 몰두하는 그대(한 장관)는 아바타가 맞다“고 비꼬았다.

여당 내부에서는 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일부 비윤(비윤석열)계 의원들이 한 장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 “북한의 김주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달)”에 비유하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김웅 의원은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생각하는 한 장관을 올리면 총선을 이기겠다는 건가”라며 “우리당의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 한 장관은 “누구에게도 맹종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의 측근들도 한 장관이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는 상반된 성격, 정치 스타일은 지녔다고 반박한다. 조정훈 의원은 2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 장관이 ‘윤바타’라는 비판에 대해 “인간 한동훈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내가 아는 한 장관은 검사 시절 주변에서 수사를 멈추자고 해도 본인의 소신과 맞지 않으면 끝까지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나가겠단 이준석…총선 앞 ‘보수 분열’ 위기

그럼에도 한 장관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대항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뿐 아니라 그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도 사석에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탓에 한 장관이 ‘김건희 특검’을 막아 세울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총선에서 여당의 ‘확장성’은 되레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실제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김건희 특검’에 대해 질문을 받고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선동용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해 무리한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인식은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는 상반된다. 이 전 대표는 KBS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 3분의 2 이상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한 장관이 예측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했던 것 같은데, 정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JTBC에서도 “김건희 특검은 ‘시험에 꼭 나오는 문제’라고 선생님이 집어 주는 예상 문제인데 왜 답변을 준비 못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겨냥해 “복권을 반쯤 긁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도 혹평했다.

‘장관 한동훈’과 이 전 대표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비대위원장 한동훈’ 앞에 놓인 여러 과제 중 하나로 바로 ‘이준석과의 갈등 해소’가 꼽히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기존 스케줄대로 오는 27일 탈당한 후 창당에 나설 경우,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거란 분석이다. 당내에서도 “분열은 필패”라며 새 비대위가 이 전 대표의 탈당은 적극 만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체된 尹지지율…‘한동훈 카드’ 여론 반전 이룰까

무엇보다 한 장관 앞에 놓인 현실이 냉혹하다. 여당은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한 장관을 구원투수로 불러들였다. 당장 여론 추이가 그만큼 좋지 못하다. 윤 대통령은 ‘3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당은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비대위가 기존 여당 지도부의 입장, 태도를 답습해서는 이 숫자를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3%, ‘잘못하고 있다’는 59%였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3%,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집계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곧 국회를 통과될 ‘김건희 특검법’이 한동훈 비대위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또 대통령 거부권에 매달릴지, 아니면 어떤 담대한 결단이 나올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며 “한 장관의 비대위에 거는 기대는 내년 총선에서의 인적 혁신이다. 인요한 혁신안마저 무력하게 만든 주요 인사들을 청산하지 않고 국민의힘 변화를 말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도, 김 대표도 못 했던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용한 여론조사는 21일 발표됐으며,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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