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사실상 경질? 용산 ‘3실장 교체’ 내막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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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지지율 하락+인사 난맥+엑스포 실패’에 김대기 책임론 대두
후임 비서실장에 ‘王수석’ 이관섭…정책실장 성태윤‧안보실장 장호진
한동훈 비대위 출범 맞춰 ‘당정 동시 인적쇄신’ 신호탄

용산 대통령실의 ‘핵심 권력’인 ‘3실장’이 모두 교체된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인사‧정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이관섭 정책실장이 새 비서실장이 돼 윤 대통령을 보좌한다. 새 정책실장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임 국가안보실장엔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이 임명될 예정이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이에 맞춰 대통령실도 ‘당정 동시 인적쇄신’을 단행한 모습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그간 누적된 ‘김대기 책임론’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체된 정부 지지율과 반복된 인사 난맥상, 여기에 비서실이 주도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의 여파가 김 실장 퇴진의 한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산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산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팽배한 ‘책임론’에 물러나는 ‘용산 2인자’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후임 비서실장에 이관섭 정책실장을 발령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교체되는 것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장관급인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의 인사‧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정부 요직이다. 비서실장은 산하에 정무·시민사회·홍보수석실을 두고 장관 등 정부 관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매일 대통령을 대면하며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중책이란 점에서 국무총리보다 더 막강한 ‘권력 실세’로도 불린다.

김 비서실장 역시 ‘대통령실 2인자’로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임명 이후 여권 내 평(評)이 좋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인사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자 여당뿐 아니라 대통령실에 내부에서도 ‘비서실장 교체’ 목소리가 팽배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김 비서실장은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사임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주저앉아 국정 운영에 비상등이 들어왔던 순간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사의 표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부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부산 엑스포’ 유치까지 실패하자 ‘비서실장 책임론’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엑스포 유치 업무를 전담했던 조직이 비서실장 산하의 미래전략기획관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백 수수 논란’까지 불거지자 김 비서실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로 체제를 전환하며 인적 쇄신 물꼬를 트자, 윤 대통령도 비서실장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정부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사 난맥이 반복되고 강서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며 “여기에 부산 엑스포 개최까지 실패하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니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과 정부 내에서 크게 터져 나왔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비서실장 교체가 이 같은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응답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정책실장직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30일 단행했다. 정책실장에는 이관섭 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승진 기용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정책실장직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30일 단행했다. 정책실장에는 이관섭 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승진 기용됐다. ⓒ연합뉴스

차기 ‘용산 2인자’ 된 ‘王수석’ 이관섭

여권 내 시선은 김 실장 후임자인 이관섭 정책실장에 쏠린다. 이 실장은 윤석열 정부 첫 국정기획수석으로 임명된 뒤 윤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수석 시절 강한 그립으로 정무적·정책적 판단을 주도하며 여권 내 ‘왕(王)수석’으로 불렸다. 최근 윤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하는 등 잇달아 박 전 대통령과 만난 것도 이 실장의 기획이었다고 한다.

지난 11월30일, 이 실장은 수석에서 정책실장으로 올라서며 여당과의 협의 및 조정을 담당하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총선 정국에서 이 실장의 역할과 존재감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실장이 비서실장으로 이동하면서 정책실장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는다. 윤 대통령은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을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하면서 대통령실 ‘3실장’을 모두 교체, 새로운 보좌진들과 신년 정국을 이끌 전망이다.

성태윤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생의 젊은 학자로서, 자유주의적 시장 경제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실장으로 내정된 장호진 차관은 외무고시 16회 출신으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 북미국장, 청와대 외교비서관, 황교안 국무총리의 외교보좌관 등을 지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의 첫 주러시아대사로 부임했다가 지난 4월 외교부 1차관으로 기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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