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 고향사랑기부제 ‘전국 1위’…넘사벽 비법은?
  • 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sisa615@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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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1만2074명이 22억4000만원 기탁
이병노 군수 의지 큰 몫…조직·홍보·협력 ‘탁월’

‘1만 2074명·22억 4000만원’ 지난해 처음 시행된 전남 담양군의 고향사랑기부제 한해 기부자 수와 모금액이다. 

담양군이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22억원을 모금해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양군의 고향사랑기부금제는 모금실적에서부터 기금 운영까지 ‘넘사벽’일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다. 고향사랑기부금제 도입 1년 만에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자체로 각광받고 있는 담양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담양군이 군 전체 인구의 1/4이 넘는 전국 각지 출향민과 타지인의 마음을 산 비법이 뭘까.

2일 담양군 시무식에서 이병노 군수와 직원들이 고향사랑기부금 22억원 달성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담양군
2일 담양군 시무식에서 이병노 군수와 직원들이 고향사랑기부금 22억원 달성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담양군

3일 전남도와 담양군에 따르면 담양군은 지난 한 해 1만2074명이 고향사랑기부금을 기탁해 모금액 22억4000만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남도와 도내 22개 시군뿐 아니라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이 모금한 액수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고향사랑기부제 2위 그룹인 전북 고창, 정읍 등의 모금액은 5억원대 수준이다. 강원도 기부금 1위 지자체인 속초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 4119명이 기부에 동참해 4억4200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전남 보성군은 3억여원을 모금했다.

충북 옥천군은 지난해 누적 인원 1849명에 2억7884만원의 기부 실적을 올렸다. 인천 10개 군·구 모금액은 강화군이 1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부평구(1억100만원), 미추홀구(9700만원), 연수구(9690만원), 서구(6787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도의 지난해 11월말 기준 모금액은 9억3000만원(23.25%)이다. 경북도청 모금액은 5억3760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경북도의 연간 모금 목표치 5억원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도는 실제 모금액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던 작년 초 목표치를 10억원으로 설정했다가 3분기 기준 모금액(3억9000만원)과 참여도를 고려해 같은 해 11월 이를 5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지난해 초 특별·광역시 목표치를 서울 4억원, 부산 1억2000만원, 대구 1억원 등으로 설정했고, 도(제주특별자치도는 40억원) 가운데는 전북이 15억원, 충남이 12억원, 강원이 7억원 등으로 각각 설정했다. 이후 여러 지역에서 저마다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전국의 상당수 지자체가 기금사업 계획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기부금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4만5300여명의 담양군 기부금 모금실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담양군의 모금실적은 도내에서 ‘넘사벽’일 정도로 뛰어나다”며 “전국 지자체 중 모금실적 1위로 담양군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평가했다.

담양군의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한 대부분(1만495명)은 전액 세액공제가 되는 10만원을 기부했고, 500만원 고액 기부자도 83명에 달했다.

담양군의 높은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실적은 일석삼조의 연관효과를 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고스란히 지역민의 직·간접적 소득으로 이어졌다. 총 4차에 걸쳐 43개 품목, 120여개 상품을 답례품으로 등록했다. 쌀과 죽순, 떡갈비, 한과 등 담양 대표 농특산품이 총망라됐고, 입소문을 탔다. 담양군은 지난해 1686건에 약 5억원의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제공했다. 선호도는 담양사랑상품권이 가장 높았고, 대숲맑은 한우와 대숲맑은 담양 쌀이 뒤를 이었다.

쌓아진 돈은 선한 영향력의 기금사업으로 이어졌다. 

군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추진할 사업을 선정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 부서별 시책 발굴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거동 불편 어르신 병원 동행 및 퇴원 환자 통합돌봄,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 담양읍 상인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등이 선정됐다. 

이병노 담양군수 ⓒ페이스북
이병노 담양군수 ⓒ페이스북

이 같은 성과는 전담부서 사전 구성 등 행정의 발 빠른 준비와 전방위적 홍보, 여기에 출향 향우회의 헌신적인 지원, 지역 기관단체의 협조가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를 거둔 데에는 이병노 군수의 강한 의지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 군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제도 시행 이전인 2022년부터 전담 부서를 마련하고 홍보단을 구축했다. 특히 재경, 재광, 재제주 담양군 향우회와 서울 봉은사, 제주도 관음사 등을 직접 찾아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와 특색 있는 담양의 답례품을 소개했다. 

이 군수는 ‘히라도市는 어떻게 일본 최고가 됐나’라는 제목의 고항사랑기부금 관련 책을 공무원들에게 탐독하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저자는 구로다나루히코 히라도시 시장으로, 이 책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향세'를 시행한 일본에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히라도시 얘기를 엮었다.

특색 있는 홍보도 주목받았다.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 나상호 선수와 함께한 홍보 영상과 하이트진로 참이슬 소주병 후면에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라벨 부착 등도 호응을 받았다.

담양군의 이런 노력에 기관단체들이 호응했다.

농협 담양군지부와 9개 광주농협지점이 도농 교류 협력식을 통해 협력을 약속했고, 광주 북구, 광산구, 전남 장성군, 담양군 등은 광주·전남 북부권 상생발전협의회를 출범시키며 기부문화를 조성했다.

이병노 군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만큼 어떻게 담양을 마케팅 하느냐에 성패 여부가 달려 있다”며 “기부자들이 담양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담양에 기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더욱 매력적인 유인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의 열악한 재정을 보완하고 담양군 지역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담양이 전 국민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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