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개조한 칼로 기습 공격…이재명 ‘무방비 상태’ 노렸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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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피의자, 등산용 칼 손잡이 테이프로 감아 개조
짙어지는 계획 범죄 정황…충남 집·사무실 압수수색
1월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60대 피의자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 바른소리 TV 유튜브 캡처
1월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60대 피의자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 바른소리 TV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가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의자는 등산용 칼을 범행에 용이한 형태로 개조했고, 여러 차례 외부 일정을 따라다니며 이 대표에 접근 가능한 방법을 파악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통해 행적과 동선을 확인하는 한편 공범 여부 등 범행 전모를 규명할 방침이다. 

3일 부산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살인미수 피의자인 김아무개(67)씨가 전날 이 대표를 급습할 때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 크기의 등산용 칼로 확인됐다.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칼 손잡이 부분은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경찰은 이 대표를 겨냥한 범행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김씨가 칼을 개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당일 현장에서 체포된 김씨는 경찰로 압송된 직후 조사에서 인터넷으로 흉기를 구매했고 "이 대표를 살해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아무개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아무개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충남 아산에 거주하던 김씨가 이 대표 행사 일정에 맞춰 부산으로 이동한 점도 확인됐다. 김씨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 1일 오전 부산에 도착했다. 이후 울산으로 이동한 김씨는 2일 오전 다시 부산에 돌아왔다. 

경찰은 경남과 부산 등을 순회하는 이 대표 방문지를 따라다닌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자택과 그가 운영하던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경찰은 김씨의 구체적인 행적과 동선을 규명해 나갈 방침이다.  

계획 범행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김씨는 작년 12월13일 부산에서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가 열린 현장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김씨가 이 대표 탑승 차량에 바짝 붙어 서 있는 장면이 담겼다. 김씨가 차량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현장 관계자가 안전 우려로 접근을 제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외부 일정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 본 김씨는 경계가 느슨해지는 틈을 파악했다. 범행 당일 김씨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전날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김씨는 미리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 인근에 도착해 이 대표를 기다렸다. 당시 김씨는 손피켓을 들고 있었고 머리에는 '내가 이재명이다' 문구가 적힌 파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재명 지지자'로 위장, 현장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어 무방비 상태를 노린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야당 대표의 외부 일정시 기동대를 포함한 경찰이 현장에 투입되긴 하지만 밀착 또는 근접 경호가 아닌 안전 관리와 질서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파란색 왕관과 '잼잼 봉사단' 머리띠까지 착용한 김씨는 그러나 재킷 안에 칼을 넣고 있었고, 범행 전 이를 피켓 아래에 숨긴 채 이 대표에 다가갔다. 웃으며 "사인해 주세요"를 연발하며 접근한 김씨는 이 대표와 마주한 직후 준비한 흉기로 목 부위를 공격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로 습격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로 습격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가 어떤 이유로 이 대표를 공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사인 김씨는 지난해 12월까지만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건물주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의 당적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은 법적 절차를 거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자정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김씨는 이번 급습이 단독 범행이며, 공범이나 배후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흉기 피습을 당한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이틀째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내경정맥 손상을 입어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2시간가량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 등 수술을 받았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가 중환자실에 있어 가족 이외에는 면회가 안된다"며 "당 지도부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병문안은 현 상태에선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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