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또 발생할라”…한동훈 광주 오는 날, 시민단체들도 ‘시위 자제’ 기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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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오월단체, ‘5·18묘역 시위’ 패싱·취소…“이재명 쾌유 먼저”
‘한동훈 협박글’ 등장에 정치권도 긴장 ↑…경찰도 경호 강화 방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신년 일정에서 흉기 피습을 당하면서, 여권도 오는 4일 광주 일정을 앞두고 긴장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글까지 발견되면서 ‘피습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민주노총과 오월단체를 비롯한 광주 시민단체들도 자체 ‘시위 자제령’에 나선 모습이다.

3일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광주의 주요 시민단체들은 4일 한동훈 위원장의 참배가 예정된 5·18 국립묘지 인근 시위 일정을 취소하거나 아예 잡지 않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과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제1야당 대표에게 불상사가 생긴 상황에서 고성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오전까지 대정부 시위를 진행했던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4일에는 따로 집회 일정을 잡지 않았고 자체적으로도 시위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년까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대표 등이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러 왔을 때, 5.18 진상규명이나 유공자 폄하 문제 등 사안에 따라 저희가 시위를 진행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도 5.18 정신 헌법 수록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재명 대표 피습 때문에 시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피습당한 이 대표의 쾌유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정당 지도자가 피습당한 상황에서 불상사를 막으려는 취지도 있다”고 전했다.

오월단체들도 5·18 민주묘지 현장 시위 참석을 꺼리는 분위기다.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오사모)’ 관계자는 통화에서 “4일 한 위원장 방문과 관련해 잡은 시위 일정이 없다”며 “최근 개봉한 영화 《서울의봄》 등을 통해 민심이 다시 타오르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당해 위중한 시국인 만큼 최대한 현장 시위를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익명의 오월단체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서울의봄》 인기에 민심이 다시 들끓었고, 최근 5·18 유족 손배소 문제와 5·18 헌법 정신 수록 등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아서 정부 여당에 시위하자는 움직임이 컸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른 오월단체들도 현장 시위를 잡지 않거나 취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한동훈, 협박글에도 광주 강행…“경호 강화”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부산에서 신년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를 소지한 남성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경찰 측에 따르면, 같은 날 한 40대 남성이 SNS에 ‘한동훈 위원장이 광주에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글을 올린 남성을 협박 혐의로 긴급 체포했지만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피습 사태와 관련해 철저한 보안 강화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당장 비상이 걸린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 대표에 대한 테러행위는 명백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여러 안전에 관련된 특히 유명 정치인들의 안전 관련된 조치에 대해서도 치안당국이 대책 마련해줄 것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지도부도 광주 일정을 취소하는 대신 경호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세부적 논의 사항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경찰 차원에서 경호 대책이 강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도 대전에서 사고 이후 경호 인력이 많이 배치됐다”며 “내부 정리 지침을 따라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당국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경찰청에선 4일 한 위원장의 방문 장소에 평소보다 많은 경비 인력을 늘려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5·18묘지 인근을 관할하는 북부서에는 기동대까지 투입하는 등 경호인력을 평소보다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또 공식 선거철에만 가동했던 ‘주요 인사 전담보호팀’도 조기 가동된다.

한편, 한동훈 위원장은 4일 오전 9시15분 광주공원 현충탑 참배를 시작으로 광주 일정에 돌입한다. 이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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