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자구안…창업주 눈물 호소에도 워크아웃 적신호?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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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설명회서 사재 출연·SBS 지분 매각 언급 없어
진정성 의구심 커지자 태영 “가능한 모든 노력 다할 것”
산은 “이런 자구안, 채권단 동의 받기 쉽지 않다” 질타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건설이 채권자 설명회에서 계열사 매각 등 자구안을 설명했다. 이 자리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참석해 눈물의 호소문도 발표했다. 하지만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채권단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 측이 약속한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3일 태영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그룹 차원의 4가지 자구안을 제시했다.

태영건설은 우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계열사인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확보할 매각자금 역시 태영건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이상의 자구안은 없었다. 특히 채권단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워크아웃 신청 이후 보도된 자구안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었던 셈이다.

이날 설명회에 직접 참석한 윤세영 창업회장은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채권단의 질의응답이 이어지기 전에 자리를 떴다.

자구 노력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 측은 이날 채권단 설명회가 끝난 직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TY홀딩스 측은 오너 일가의 사채 출연과 관련해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며 오는 11일 제1차 채권단협의회 개최 이전에 공개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TY홀딩스 관계자는 “남은 기간 채권단이 어떤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면서도 “SBS 매각은 방송법상 조건도 많고 제약도 많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산은 “자구 계획 이행하지 않고 있어…대단히 유감”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워크아웃 신청 이후 태영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채권자 설명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부만 지원한 점 △블루원 지분 담보 등으로 확보한 자금을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 TY홀딩스 채무 변제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한 자구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 상황은 기본적으로 태영건설 및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 판단에서 비롯됐다”면서 “그러나 태영 측은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채권단에 단지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채권단 입장에서 이렇게 구체적인 자구안이 없는 계획안은 75%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태영 측에 재차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것을 요청할 뜻도 밝혔다. 강 회장은 “원활한 정상화 위해 태영그룹이 책임 있는 자세, 진정성 가지고 당초 약속한 계획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추가하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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