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명 사망’ 이란 폭발 참극, 누가 주도했나…요동치는 중동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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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담긴 가방 2개 원격 조종으로 10분 간격 폭발”
美 “미국·이스라엘 모두 관련 없어”…이란·헤즈볼라 “강력 대응”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 4주기 폭발사고 현장 ⓒEPA=연합뉴스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 4주기 폭발사고 현장 ⓒEPA=연합뉴스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는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추모식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해 103명이 사망하고 200명 가까이 부상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 사고와 이스라엘은 무관하다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중동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5분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km가량 떨어진 케르만주의 주도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추모식 도중 약 10분 간격으로 연이어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해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다쳤다.

익명의 소식통은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가 원격 조종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았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인데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국면이 겹쳐 순교자 묘역으로 수만 명의 추모객 행렬이 빽빽하게 이어진 탓에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

케르만 지역 의료진은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인명피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이번 폭탄 공격은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려는 여러 음모의 연장선에 있다”며 “범인들에게 곧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엄청나게 후회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만일 관련 증거가 나온다면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시의 한 병원 마당에 폭발 피해자의 가족들이 모여 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진행되는 도중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 최소 103명이 숨지고 188명이 다쳤다. ⓒ AP=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시의 한 병원 마당에 폭발 피해자의 가족들이 모여 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진행되는 도중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 최소 103명이 숨지고 188명이 다쳤다. ⓒ AP=연합뉴스

미국은 긴급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며 “그와 반대되는 어떤 추정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이스라엘과 연관됐다고 볼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를 대변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어느 방식이든 이번 폭발에 연관되어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 정세는 이미 요동치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폭격해 하마스 고위인사를 암살한 데 대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일전을 불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레바논과 전쟁을 벌일 생각이라면 우리의 전투엔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해의 해상 물류를 마비시키고 있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또 컨테이너선을 공격했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자국을 먼저 공격한 세력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은 이날 전직 모사드 국장 장례식에 참석해 “모든 아랍권 어머니에게 만약 아들이 (10월7일) 학살에 가담했다면 그곳은 사형집행 영장에 서명한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에 기습 침투해 1200여 명을 학살하고 240여 명의 인질을 잡아간 하마스 관련자를 모두 제거하겠다는 경고다.

이스라엘의 이런 강경 노선과 암살 작전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과 이란 등 ‘저항의 축’ 내 반이스라엘 움직임과 전쟁 개입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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