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청機에 활주로 진입 허가 없었다”…교신기록에 담긴 충돌 직전 상황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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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토교통성 “관제사,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만 주행 지시”
해상보안청 항공기, 이륙 허가 난 것으로 착각해 방향 바꿔
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충돌해 폭발했던 해상보안청 항공기 잔해가 3일 시커멓게 불탄 채 널브러져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충돌해 폭발했던 해상보안청 항공기 잔해가 3일 시커멓게 불탄 채 널브러져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지난 2일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로 평가되는 관제사와 항공기 조종사 간 교신 기록을 일본 국토교통성이 공개했다.

3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언론에 공개된 교신 기록을 전하며 하네다공항 관제사는 먼저 JAL 여객기에 착륙을 지시했고, 이후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활주로 정지 위치까지 주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JAL 여객기는 지시에 따라 착륙을 시도했고,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활주로 정지 위치로 가고 있다”고 관제사에게 답했다.

하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이륙을 염두에 둔 채 방향을 바꿔 JAL 여객기가 착륙하던 활주로에 진입했고, 두 항공기가 부딪혀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국토교통성은 “교신 기록을 보면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대해 활주로에 진입하라는 허가가 없었다”며 “현시점에서 관제사의 지시는 적절했다고 판단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JAL 기장 출신 항공 평론가는 교신 기록에 남은 관제사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 간 대화에 대해 “서로 오해를 살 만한 용어는 쓰지 않았다”며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착각해서 (활주로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승객과 승무원 379명을 태우고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에서 출발한 JAL 여객기가 전날 오후 5시47분께 하네다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JAL 승무원은 회사 조사에서 “착륙 허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복창했고, 착륙 조작을 실시했다”며 “출발과 운항 중 기체에 이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은 사고 직후 “관제사로부터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 간에 진술이 엇갈린 가운데 교신 기록을 보면 해상보안청 쪽 과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일본 당국이 이날 착수한 조사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연간 6000만 명이 이용하는 일본 최대 규모 공항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항공기 충돌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하네다공항 활주로 상황과 불에 탄 JAL 여객기, 해상보안청 항공기 동체 상태를 살펴보는 중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해상보안청 항공기 블랙박스와 음성 기록 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일본 경찰은 위원회와는 별도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염두에 두고 활주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JAL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379명은 오후 6시5분께 전원 탈출했으나,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는 6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기장 1명을 제외한 5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JAL 여객기 탑승자 14명과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 1명 등 15명으로 파악됐다.

충돌 사고가 발생한 하네다공항 활주로는 여전히 운행이 중지돼 이날도 이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100편 이상이 결항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하네다공항 활주로 운용 재개 시점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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