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예금금리, 4%대 상품 없다…더 내리기 전에 빼야 하나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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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예금 금리 연 최고 3.65%~3.75%
정기예금 잔액, 12월에만 19조원 빠져
“금리 계속 내릴 것”…“주식 시장 주목”

주요 시중은행의 4%대 예금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 주문에 은행권 예금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이에 고금리 기조 속 이자 수익을 챙기던 ‘예테크’(예금+재테크)족들을 중심으로 예금금리가 얼마나 더 하락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예금금리의 인상 요인이 적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어 예금에 쏠렸던 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전달보다 하락했다. ⓒ연합뉴스

연 3%대로 주저 앉은 예금금리…“금리 인하 선반영”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기준 주요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3.65%~3.75%를 형성하고 있다. 연 4%대의 정기예금 상품은 일부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에만 남아있다.

지난달과 비교해 보면 하락 폭은 두드러진다. 전월 신규판매 상품 금리의 평균값에 따르면, 해당 상품들은 연 3.97%~4.05%에 판매됐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의 상·하단 모두 한 달 새 0.3%p가량 떨어진 셈이다.

예금금리가 하락하자 정기예금 잔액도 쪼그라들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으로 전월(868조7369억원)에 비해 19조4412억원 줄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4월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예금금리 하락으로 상품 매력이 떨어지자 만기 이후 재예치율이 감소했고 20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선 예금금리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영향으로 해석한다. 연준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고, 시장이 미리 이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예금금리 산정 근거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3.705%로 지난해 11월1일(4.151%)에 비하면 0.446%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연준 발표 전에도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긴축이 곧 마무리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고, 금융채 시장에선 이를 미리 반영하고 있었다”며 “통상 연말 정산이나 대출 상환 등으로 연말 예금 잔액이 감소하는 현상도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예금상담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예금상담 창구 모습 ⓒ연합뉴스

하락세 지속 전망…‘예테크족’ 수익률 좇아 떠난다

고금리 기조가 전환될 움직임을 보이자 예금 이자로 쏠쏠한 수익을 내던 ‘예테크’의 효과도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기준금리 역시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턴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예금금리가) 시중금리를 대체로 따라가기 때문에 하반기 국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쳐지면 예금금리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가 좋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도 계속 대두되는 만큼 향후 예금금리가 반등하거나 오를 요인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예금 의존도가 감소한 점도 예금금리의 반등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배경이다. 지난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 자금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금금리가 치솟자 금융당국은 수신 경쟁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대출금리에 미칠 악영향과 2금융권의 자금조달 문제가 심화될 수 있어서다. 대신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를 풀었다. 이에 은행들의 자금 조달 여건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전처럼 시중은행 간 수신경쟁이 심화되면 예금금리가 오르겠지만, 은행채 규제가 풀리면서 예금으로 자금 조달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며 “공급이 충분한 은행이 향후에 예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시장의 부동자금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8조439억원(3.01%)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낮지만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서 교수는 요구불예금의 향방에 대해 “주식과 같은 자본시장에 몰릴 가능성이 가장 크나, 간접투자상품과 채권시장 등 수익률이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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