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한동훈 비대위는 정당성 없어…우린 與처럼 ‘꼭두각시’ 안 할 것”
  • 변문우·구민주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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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석 신당’에 새 둥지 튼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
“개혁신당 입당 속도에 ‘태풍’ 기대…당비, 이미 與 규모의 10% 넘게 모여”
“입당 확실시한 현역 의원들 있어…유승민과도 계속 소통 중”

국민의힘에서 나와 개혁신당에서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과 새로운 시작을 한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하루 사이 신당에 들어온 당원 규모에 상당히 고무된 상황이다. 지금까지 들어온 당비 역시 국민의힘 당비 규모의 10분의 1이 넘는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그는 인재 영입과 관련해서도 “입당을 확실시한 현역 의원들이 있다”며 “유승민 전 의원과도 계속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29일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에서 “권력에 기생하지 않겠다”고 일침했던 천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국민의힘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는 “우리는 누구의 ‘꼭두각시’도 아니다. 그리고 뚜렷한 비전과 욕심이 있다. 이것이 국민의힘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선 “무늬만 세련된 기득권”이라며 “대통령의 권력에 기대어 세워진 정당성 없는 비대위”라고 꼬집었다. 이날 한 위원장의 광주 방문을 두고도 “호남 민심은 단순한 광주행에 속을 만큼 싸구려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거대 양당에 대해 “찬란했던 과거 유산은 전부 팔아먹고 국민의힘은 1970년, 더불어민주당은 1987년에 머물러 있다”며 “개혁신당이 과거에 머물고 있는 정치 시계를 현재로 돌려놓을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개혁신당 당원이 온라인 모집으로 많이 늘었다.

“저희를 비판하는 자들에게 ‘당신들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짜릿한 기분이다. 기대 이상으로 당원들이 빠르게 늘어줬고, 신규 당원들이 국민의힘 당적일 때보다 더 큰 금액의 당비를 적극적으로 내주고 있다. 현재까지 들어온 당비만 국민의힘 당비 규모의 10분의 1이 넘는다. 매우 고무적이다. ‘찻잔 속 미풍’에 그칠까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태풍’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도전에 실패하면 언제 또 다시 성공할지 모르는 ‘정치 바꾸기 프로젝트’에 많은 분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앞으로 구체적 창당 일정과 홍보 전략을 말해준다면.

“결국 정당은 ‘인물’과 ‘아이디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앞으로 인물 합류와 관련한 기자회견이나 이른바 쇼케이스도 줄줄이 열 계획이다. 또 이준석 위원장을 필두로 정강정책도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저희가 갖고 있는 미래 비전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창당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오는 20일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인재 영입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도덕성과 능력, 지역 득표율에서의 경쟁력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할 것 같다. 국민들은 신당의 참신함과 파격적임도 원하지만, 당장 성과를 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현실적인 부분에 더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진다. 그래서 현역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접촉해 영입하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국에 상식적이고 양질의 공천을 할 테니 걱정 말고 오시라’는 신뢰를 계속해서 주려고 한다. 이미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회 등 잔뼈가 굵은 분들도 합류 의사를 많이 밝히고 있고, 이들 역시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현역의원 영입 분위기를 조금 더 밝혀 준다면.

“합류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힌 분들이 분명히 있다. 일부는 이미 국민의힘 내에선 공천을 못 받을 것으로 확신하며 고민하고 있는 영남 중진들이 있다. 다만 그런 분들은 무게감 있게 움직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만나 결단의 타이밍 등을 소통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이 아닌 의원들과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결국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핵심 요인은 신당의 지지세일 것이다. 무소속 출마보다 신당행이 나은 선택지인지, 그 여부가 현역들의 최종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개혁신당 최종 당명은 정해졌나.

“원래 ‘미래’를 키워드로 넣으려고 했는데 ‘개혁신당’도 괜찮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그대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내에 또 다시 새로운 당명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 다만 이후 다른 세력과의 연대가 발생한다면 그때 다시 당명을 조율할 순 있을 것 같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2월29일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강조했지만, 개혁신당이 왜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지 설명해준다면.

“대한민국 정치 시계를 과거에서 현재로 돌리기 위해 지금 저희가 필요하다. 거대 양당이 과거에 쌓은 정치 유산이 찬란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모두 팔아먹고 이젠 단점·기득권만 남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경제 성장에 있어 유능함은 사라진 지 오래이며 지금은 절대자에 추종하는 권위주의 정당으로만 남아버렸다. 민주당도 지금은 ‘그래도 우리가 더 낫다’ 는 선민의식만 남았다. 본인들이 나쁜 짓을 해도 국민의힘보다는 낫다며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만 가진다. 국민의힘은 1970년, 민주당은 1987년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4년의 정치는 누가 말하겠나. 개혁신당은 더 늦기 전에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고민하는 지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미래로 향하는 유일한 정당이 되려 한다.“

‘미래’에 대해선 한동훈 위원장도 강조하고 있다. 무엇이 다른가.

“과거의 영광을 버리지 못하면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 한동훈 비대위는 대통령의 권력에 기대서 만들어진 정당성 없는 비대위다. 만약 한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의 압력, 그리고 그 이전에 승리한 당대표(이준석)를 쫓아내는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이제라도 대통령 측근인 본인이 당정관계를 회복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면 일말의 기대라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없었다. 한 위원장은 겉보기는 세련됐지만 1970년대 권위주의에 정치적 근거를 두고 있다.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 셈이다.”

만일에 이야기한 대로 한 위원장의 취임 메시지가 이뤄졌었다면, 본인의 탈당 결단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물론 그 한 사람이 주는 기대에 큰 영향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소속 의원 중 3분의 1이라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자며 들고 일어났다면 아마 당 안에서 힘을 냈을지 모른다. 근데 3분의 1은커녕 단 3명도 제대로 목소리 내지 않았다. 저는 특히 서글펐던 것이, 호남에 있는 당협위원장들마저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가장 앞장서 ‘한 위원장이 당에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민심은 아랑곳 없이 권력에 아부해 좋은 자리를 받아 가면 된다는 의지만 남은 것으로 보였다. 결국 민심 대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만 쫓아가는 완전한 정당이 돼버린 셈이다.”

한 위원장이 4일 광주도 찾았다. 국민의힘의 서진전략이 효과가 있을까. 개혁신당은 어떻게 갈 것인가.

“호남 시민들은 후각이 좋다. 진심인지 아닌지 바로 안다. 한 위원장이 호남에 진정성을 보이고 싶다면, 단순한 광주행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근본적인 변화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5·18 민주묘역에 몇 번을 가더라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호남 시민들은 더 이상 예산 늘리겠다는 등의 그럴싸한 지역 발전론에도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지금 지역 발전을 얘기하면 호남에선 매표행위 한다고 비판할 것이다. 민심이 지금 그 정도 수준이다. 개혁신당은 과거 김종인-이준석 체제 때 했던 대로, 과거에 대해 진솔한 반성을 보이고 근본적인 비호감도를 낮춘 상태에서 미래를 제시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호남에서 고여 있는 민주당보다도 호응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TK(대구·경북) 민심은 앞으로 어떻게 흐를까. ‘그래도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 지켜야지’ 하는 여론이 여전히 강하지 않나. 

“그런 민심에 ‘층위’가 나뉘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통령 주변에서 여권 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게 진짜 보수 정당 국민의힘이야?’라고 생각하는 TK 분들 많을 것이다. 이준석의 ‘뻐꾸기 탁란론’과 비슷한 이야기다. 지역에 납득할 인물이 아니라 대통령의 친소관계에 따른 인물이 출마한다면 아마 한 번쯤 ‘우리가 지켜줘야 할 대상이 맞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TK는 한번 돌아서면 무섭게 돌아선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다. TK의 상징성도 없고, TK가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대통령도 아니다. 그래서 정부 여당이 앞으로 TK에서 허튼 짓을 한다면 예상보다 큰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싶다. 저희도 이 곤경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준석 위원장과 천·아·인 멤버들의 출마 지역구 윤곽은 나왔나.

“저희 신당의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온다. 이 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출마 지역을 정하는 데 있어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아직 주요 멤버들의 지역을 전략적으로 확정하기엔 시기적으로도 좀 이른 면이 있다. 저 역시 막판까지 지역구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사실 지금 호남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 외에 다른 전략이나 전술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물론 순천을 우선적으로 두고 고심할 것이다. 제가 신당 이름을 달고 순천에 출마했을 때 지지율 30% 정도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면 출마할 것이다. 저에게도 당에게도 장기적으로 플러스가 될 것이고 패배해도 그건 패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여론이 그렇지 않다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여러 지표들을 본 후에 확정지을 것이다.”

제3지대와의 연대, 특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손 잡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저희는 언제든 열려있다. 현실적으로 선거제도가 병립형으로 간다면 제3지대 세력들이 좀 더 모이게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이재명 대표의 피습으로 인해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나 비명(非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서 탈당과 창당 움직임이 딜레이되는 분위기다. 이런 것들이 변수로 작용할 순 있을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고 놀란 것이 이준석+이낙연 신당 연대를 했을 때, 저는 각 지지층 일부가 떨어져 나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이준석 위원 지지자가 이낙연 전 대표를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지금 양당의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지표들이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이낙연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들리는데.

“다만 우리와 이낙연 전 대표·‘원칙과 상식’ 쪽과 ‘정치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 우리는 몽골 기병처럼 빠르게 움직이지만 이낙연 대표는 엄중하고 진지하게 움직인다. 정치적 이념이나 철학과 같은 커다란 면에선 잘 통할지 몰라고 오히려 이런 일 처리 속도와 스타일의 차이가 연대에 실질적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서로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존중과 공존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신당 안에서 서로 싸우고 있으면 그거야말로 망하는 지름길 아닌가.”

이준석  젠더·장애인 등 이슈 기조가 달라서 외연확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부분에 있어선 이준석 위원장이 많이 내려놓고 또 풀어나가고 있다고 본다. 극단적 음모론만 얘기하지 않는다면 누구와도 충분히 토론하고 대화해보겠다는 것이 이준석 위원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제3지대에서 신당 행보 중인 금태섭·양향자 대표와도 끝장토론을 한 바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를 계속 이어가면서 다양한 인물들과 접점을 늘려나갈 것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은 신당에 정식으로 합류 안 하나.

“우선 김 전 위원장은 현실정치 한복판에 다시 뛰어들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외곽에서 결정적 타이밍에 ‘별의 순간’ 같은 발언으로 지원사격은 해주지 않을까 예상한다. 유 전 의원은 아주 고민이 많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유 전 의원 입장에선 이준석 위원장의 몸집이 커졌어도 친구의 아들 아닌가. 정치적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협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과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엔 그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유 전 의원과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고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끝으로 총선 정국에서 개혁신당의 경쟁력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가장 큰 경쟁력이자 국민의힘과의 뚜렷한 차이를 말하자면 저희는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희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행동하는 것에 있어 어떠한 제약이 없다. 누구도 조정하거나 끌어당기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빠른 속도로 달려갈 수 있다. 그리고 저희는 비전과 욕심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분명하게 있다. 국민의힘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보이지 않잖나. 국민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실현시킬 의지도 실력도 없기에 그동안 여당 프리미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해왔다. 오로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국회의원으로 뽑아달라는 집단은 생동감 차원에서 저희와 분명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개혁신당이 자생력을 갖추고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의석’은 국민들이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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