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간첩 수사는 ‘노하우’가 아닌 ‘노웨어’”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5 14:05
  • 호수 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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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윤덕 양지회 부설 한국통합전략연구원 원장

“간첩 수사는 노하우(Know How)가 아니라 노웨어(Know Where)가 중요하다. 간첩이 지금 어느 길목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하는 곳은 국가정보원밖에 없다.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것이 지난 60여 년간 북한의 주장이었다. 북한이 말하는 국정원 해체는 곧 ‘대공수사권 폐지’다. 그런데, 북한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이 대공수사권을 ‘스스로’ 없앴다. 북한이 쾌재를 부를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출신 황윤덕 한국통합전략연구원 원장은 1월3일 오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한국통합전략연구원은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모임인 양지회의 부설 연구기관이다. 황 원장은 양지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대공수사권 폐지와 관련한 법 개정 등 논의 과정에서 조언해온 전문가다.

황윤덕 한국통합전략연구원 원장 ⓒ황윤덕 원장 제공

대공수사 전문가가 바라보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어떠할까. 황윤덕 원장은 먼저 대공수사의 핵심을 ‘3역(域)’으로 설명했다. 3역은 ‘북한 원점-해외 거점-국내 지점’이다. 간첩의 출발 지점은 북한이고, 해외에 거점을 두고 움직이며, 궁극적으론 국내에 침투해 활동한다는 뜻이다. 북한-해외-국내에 대한 정보 수집과 수사가 연결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황윤덕 원장은 “국정원은 내부 해외정보 파트와 북한 파트에서 올라오는 첩보, 정보를 수사국 자체에서 검증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보 수집과 수사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3역 가운데 경찰의 관할은 국내 지점에 그친다. 북한 원점과 해외 거점에 대한 수사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물론 경찰의 간첩 수사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 대남공작기구는 네 곳으로 본다. 정찰총국,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 국가보위성이다. 기본적으로 이곳들이 대남공작기구의 공작 원점이다. 경찰이 눈여겨보는 기구가 국가보위성이다. 경찰이 탈북자를 감시하는데, 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한 탈북자 간첩도 몇 건 있다. 경찰이 간첩을 못 잡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자생 간첩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남 공작 과정에서 북한이 간첩을 남파하거나, 국내에서 공작원을 양성하기도 한다. 이때 국내에서 자생한 간첩을 북한 공작 조직으로 끌어당긴다. 이를 전문가들은 ‘인입(引入)’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종류의 간첩은 주로 국정원이 담당했다고 한다. 경찰의 현행법상 직무 범위가 치안 유지인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대안은 없을까. 황윤덕 원장은 현재로선 경찰의 안보수사 인력 증대 등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정권 이후 국내 안보수사(당시 보안수사) 인력은 줄곧 줄어들었다. 김영삼 정권 때는 7000여 명이나 됐지만 최근 400명 선까지 급감했다는 것이 황 원장의 설명이다. 더구나 행정을 제외한 순수 수사 인력은 이보다 적다는 것이다.

황윤덕 원장은 인력은 물론 조직, 예산의 복구를 조언했다. 그는 특히 “경정급 이상 인력을 다른 부서 출신으로 채우면 안 된다”며 “안보수사부에서 총경, 경무관 등이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인사 이동이 정보 유출의 배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국정원은 수사관을 별도 채용해 1년 동안 내부 교육을 진행한다”면서 “이들은 퇴직 때까지 오직 수사 부서에서만 근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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