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워크아웃 못 한다”…태영, 반전 자구안 제시할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5 19: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안 진정성 있게 제시해라”
등 돌린 금융수장 “오는 11일까지 시간 별로 없다”
주말 사이 추가 자구안 없으면 법정관리 가능성↑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놓고 태영그룹과 채권단 간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자구안 이행과 추가 대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지만 태영그룹 측은 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태영건설 은행권 채권단은 “제1차 협의회 결의일인 오는 11일까지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앞 ⓒ연합뉴스

“미이행 매각자금 890억 즉시 지원하고 자구안 확약해라”

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담당 부행장을 불러 모아 태영건설 부실과 관련한 계열주의 책임, 자구계획의 내용과 이행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3일 400여 개 채권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한 이후 산은이 이틀 만에 주요 채권단을 다시 소집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채권단은 태영 측이 워크아웃 신청 시 제출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계열주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지주사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 해소를 최우선시했다며 실망과 우려를 표했다.

앞서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062억원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은과 약속했는데, 확보한 자금 중 890억원을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이를 두고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890억원을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썼다며 약속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태영 측은 전날 “매각대금 중 890억원은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와 태영건설이 같이 부담하는 연대 채무를 갚는 데 쓰였다”고 밝혔다.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TY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으로 매각대금 1549억원 전액을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TY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호도하는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산은은 ‘태영그룹 보도자료에 관한 채권자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태영그룹의 주장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TY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때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에코비트·블루원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제공)에 대해서도 확약하고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권단이 내건 워크아웃 개시의 기본조건인 셈이다.

산은은 “이 같은 기본 전제조건조차 충족되지 못한다면 제1차 협의회 결의일인 11일까지 75%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신뢰 붕괴는 계열주와 태영그룹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진정성 있게 제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라고 경고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F4 회의’서 태영건설 처리 방향 논의…법정관리 가나

금융당국도 태영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 후 태영건설에 관해 묻는 말에 “(채권단과) 상호 간 신뢰 형성이 안 된 거 같다”며 “‘이 정도는 돼야 워크아웃이 성공한다’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오는 11일까지 날짜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신년 인사회에서 “최소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수긍가능한 방안이 제시돼서 협의돼야 하고 주채권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말을 전후한 시점을 넘게 되면 사실상 산업은행 입장에서 채권단 설득이 어렵지 않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분수령은 이번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금융 수장이 모이는 비상경제 점검회의(F4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전날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법정관리(회생 절차)로 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과 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8일 다시 만나 회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는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에서 결정된다.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아야 시작된다. 부결된다면 워크아웃이 아닌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