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퇴근길’ 비난 폭주에 수습 나선 서울시…오세훈 “신중치 못했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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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인도에 노선번호 표시판 설치하면서 극심한 혼잡
수원·용인 방면 광역버스 노선 승하차 위치 조정 등 대응책 마련
1월4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이 퇴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8일 시민 안전을 고려해 명동입구 정류장에 노선 표시 시설물을 설치했다. 하지만 30여 개에 달하는 광역버스가 정해진 위치에 정차해 승객을 태우려고 길게 늘어서며 교통 체증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시민 불만이 속출했다. ⓒ 연합뉴스
1월4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시민들이 퇴근을 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8일 시민 안전을 고려해 명동입구 정류장에 노선 표시 시설물을 설치했다. 하지만 30여 개에 달하는 광역버스가 정해진 위치에 정차해 승객을 태우려고 길게 늘어서며 교통 체증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시민 불만이 속출했다. ⓒ 연합뉴스

서울시의 '버스 표지판' 설치로 퇴근길 대란이 벌어지면서 시가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오세훈 시장은 극심한 혼선이 펼쳐진 서울 명동을 직접 찾아 고개를 숙였다. 

서울시는 7일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경기도 등과 협의해 이달 말까지 광역버스 노선과 정차 위치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수원, 용인 등 6개 노선에 대해서는 오는 8일 경기도에 공문을 보내 시민 안내 및 운수종사자 교육 등 2주의 계도기간을 거쳐 1월 넷째 주까지 노선 조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수원 방면 4개 노선(M5107, 8800, M5121, M5115)과 용인 방면 1개 노선(5007)의 승하차 위치가 현재 명동입구 정류소에서 광교에 있는 우리은행 종로지점으로 바뀐다.

9401번 버스는 명동입구 전 롯데영프라자 시내버스 정류소로 정차 위치를 옮긴다.

이와 함께 명동입구 정류소로 진입하는 광역버스 중 5개 안팎의 노선을 을지로와 종로 방면에서 즉시 회차하거나 명동 정류소에 무정차하도록 조정해 도심 교통 혼잡을 줄일 방침이다.

서울역을 거쳐 명동까지 진입하는 해당 노선은 그동안 도심 교통 체증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는 1월 둘째 주까지 해당 노선의 변경을 경기도와 협의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월 말까지 대광위에 직권 노선 조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시는 이 같은 노선 조정을 통해 명동입구 정류소 이용 일일 탑승객 수가 현재 9500명의 60% 수준인 58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6일 오후 퇴근길 혼잡으로 시가 긴급 대책을 마련해 운영 중인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6일 오후 퇴근길 혼잡으로 시가 긴급 대책을 마련해 운영 중인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시는 명동 일대 승하차 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2월27일 정류소 인도에 노선번호 표시판을 설치했다. 명동입구 정차 광역버스 노선이 29개로 급증하면서 버스 여러대가 동시에 도착할 경우 승하차 승객들이 뒤엉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버스 표지판 설치로 교통 체증이 악화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등 혼란은 더 가중됐다. 시가 인도변에 설치한 노선번호 표지판 앞으로 승객 승하차 위치가 한정되면서 도로 정체가 극심해졌고 길게 늘어선 줄로 인도는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민원이 폭주했다. 

서울역에서 명동입구까지 버스의 '열차현상'(버스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등 '지옥 퇴근길'이 됐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연초부터 버스 대란 뭇매를 맞은 서울시는 결국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새해 첫 주말인 6일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를 직접 찾아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세훈 TV'를 통해 "좀 더 신중하게 일을 해야 했는데, 신중치 못하게 추운 겨울에 새로운 시도를 해서 많은 분들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불편을 드렸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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