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누수 책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입주민 간 갈등 격화하는 성남 K아파트
  • 서상준 · 안은혜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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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의, ‘특정 입주민에 누수 책임 떠안기기’ 사전 모의 의혹
해당 입주민 “옥상 공용부분 관리, 이제와 특정 입주민에 누수 책임 떠넘겨” 반발
아파트관리소 “특정 세대가 공유 공간 전유하면 관리 책임은 해당 세대에 있다” 주장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K아파트. '판교 대장 아파트'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내부에선 '하자 보수' 책임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공동시설 누수 하자보수'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입주민 관리비와 각종 용역사업 발주 권한을 갖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분쟁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남시 분당 K아파트에서 '하자 보수' 책임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K아파트 전경 ⓒ네이버 항공사진 캡쳐
성남시 분당 K아파트에서 '하자 보수' 책임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K아파트 전경 ⓒ네이버 항공사진 캡쳐

K아파트는 850세대(127㎡~226㎡) 규모로, 지난 2009년 입주 후 누수 발생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906동과 911동은 2021년, 2022년에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옥상방수 공사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누수 원인을 잡지 못했다. 

아파트 주민을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특정 입주민간 갈등의 시작은 2023년 1월 회의 안건에 911동 누수 피해 보고가 올라오면서다.

그동안 공용 부분 보수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공사를 진행해왔는데 누수 발생이 잦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옥상 테라스는 '공용'이 아닌 최상층 입주민의 '전용 소유'라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입주민 측은 공용 구역의 유지·보수 책임을 자신에게만 떠넘기려 한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특정 입주민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4월 회의록에 따르면 '(911동 펜트하우스) 아랫층 피해가 커지니 일단 공용이라고 치고 먼저 공사를 하시죠. 그 사이에 관리규약을 바꾸고 (특정 입주민이) 승복을 안하면 양측 자문결과에 따라 결정하되 공용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사용 못하게 하죠'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성남 삼패동 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하자 책임을 특정 주민에게 떠넘기려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회의록. ⓒ서상준 기자
성남 삼패동 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하자 책임을 특정 주민에게 떠넘기려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회의록. ⓒ서상준 기자

갈등을 중재해야할 입주민대표회의가 오히려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입주민은 "그동안 아파트 입대의(입주자대표회의)는 옥상 및 지붕을 공용부분으로 인정하고 관리해왔으면서 이제와서 누수 관련 공사를 일부 입주민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자대표회의는 5월 회의에서도 '입주민이 고의·과실로 전용, 공용부분을 훼손하면 원상회복 또는 보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배상책임 규정을 들며 "펜트하우스에게 원상회복하라고 압박하자"고 모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성남시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간 갈등이 계속되자, '관리규약에 따르되 이견이 있을 시 법률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입주민이 의뢰한 법무법인의 자문 결과는 '옥상 누수는 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의) 책임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은 성남시청에 자문 결과 문서를 발송했다. 

수년째 누수 피해를 호소한 A동 펜트하우스 아랫층 입주민은 9월 입대의 회의에서 "(K아파트 규약을 개정한다면서) 공유라고 했다가 전유라고 바꾸니 더 문제다. 그 문제로 싸우다 피해가 가중됐다. 관리주체에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또 지난해 11월29일 관리규약 개정에 관한 주민동의 절차를 진행하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채 아파트관리규약을 개정, 성남시청에 신고했다.

'경기도 관리규약 준칙 개정'에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대한 조항이 수정·변경한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기도 관리규약 개정안이 변경돼 아파트 규약을 개정해야 하는 것처럼 투표를 진행해 입주민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앞서 11월3일 개최된 제25차 회의에서도 주민 동의 과반수 미달로 무효된 아파트 관리규약 개정안을, 재개정 절차 없이 특정 입주민과 연관된 '공용부분만 재개정'해 동일한 내용을 일부 조항과 문구를 수정한 채 주민동의 절차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과정에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에 따라 개정안의 취지, 내용, 제안 유효기간 및 제안자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절차도 무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남시청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제출한 관리규약 개정안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K아파트 관리소장은 "특정 세대가 공유 공간을 전유하면 일부분만 사용한다치더라도 관리 책임이 해당 세대에게 있다"며 "이에 공용부분 누수 발생에 대한 수리(보수)도 특정 세대가 해야 한다. B아파트 관리규약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성남시에 제출한 관리규약 개정안 내용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절차상 이유로 (입주자대표회의 스스로) 취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리소장의 주장과 달리 B아파트 관리 규약에서 공용부분 누수 책임을 전용할 시 특정 세대가 수리해야 한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아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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