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각축장된 바이오…신사업 발판 삼아 승계 노린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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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시장 공략 박차…담서원 상무 경영능력 시험대
SK·롯데 3세들도 중책…“시장 규모 큰데다 경영수업에 제격”
오리온 본사 ⓒ오리온 제공
오리온 본사 ⓒ오리온 제공

오리온이 최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 지분 25%를 확보하면서 제약·바이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오너 3세인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상무가 그동안 경영전략 및 신사업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향후 레코켐의 실적에 따라 입지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다수의 오너 3세들이 바이오 사업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바이오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함께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경영수업 코스라는 분석이다.

 

‘신사업 발굴’ 담서원 미래 달린 바이오

지난 15일 오리온은 해외 종속회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총 936만3283주를 5485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후 오리온의 지분율은 25.7%로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29일이다.

레고켐은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기존 화학 항암제는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파괴하는 부작용이 심했다. 반면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와 항암 치료 약물을 결합시켜 암세포만 사멸시키는 기술로, 기존 항암 치료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을 주목받고 있다.

제과업체를 모체하는 오리온그룹은 2020년부터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이번 5500억원 투자를 통해 바이오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 경영지원팀 상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너 3세인 담 상무는 1989년생으로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다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입사 1년5개월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당시 오리온은 담 상무의 승진을 위해 기존에 없던 ‘경영관리팀’ 담당 임원을 신설하며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발굴 업무를 담 상무에게 맡겼다. 이번 레코켐 지분 인수에도 담 상무가 관여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리온이 레코켐을 기반으로 신사업에서 성과를 낼 경우 담 상무의 경영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바이오 사업의 성공이 담 상무에게 중요한 이유는 지분과도 연관돼 있다. 담 상무는 지난해 12월 기준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지분을 각각 1.23%, 1.22% 보유하고 있다. 향후 승계를 위해선 오리온홀딩스 지분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설립한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향후 증자 과정에서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확보한 이후 기업공개(IPO)가 이뤄지면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담서원 오리온그룹 경영지원팀 상무 ⓒ오리온그룹 제공
담서원 오리온그룹 경영지원팀 상무 ⓒ오리온그룹 제공

SK·롯데 3세들도…“긴 호흡으로 경영수업 효과”

SK와 롯데그룹의 오너 3세들도 바이오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2017년 입사 이후 SK바이오팜에서만 몸 담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선 임원(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부사장은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대에선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바이오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현장 경영에도 본격 나서기도 했다. 지난 8일부터 열린 ‘제42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롯데가의 3세이자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는 올해부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미래성장실은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의 성장 엔진 발굴을 맡고 있다.

이처럼 오너 3세들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데는 시장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7년 1조9670억달러(약 2600조원)에 달한다. 특정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경우 거둬들일 수익이 막대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투자와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산업 특성도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 비용의 투자도 필요한데 오너가(家)가 아니면 쉽게 결단 내리기 어려운 규모”라면서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경영 수업을 진행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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