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3번 목표” 제3지대 끌어모으는 이원욱·김종민·조응천 
  • 박나영·이원석·변문우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9 10:05
  • 호수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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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는 연합 공천, 비례는 경쟁하는 ‘느슨한 연대’도 가능” 
“병립형 회귀하더라도 지역구 나가는 우리에겐 불리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향해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해온 비명(非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섰다. 제3지대 리더가 되겠다는 꿈으로 만든 ‘미래대연합’에는 정태근 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동참하고 있다. 

“갈등을 넘어 함께하는 나라로”. 1월14일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와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미래대연합 창당 멤버들이 두 손을 맞잡고 외친 구호다. 이들이 이 같은 큰 결심을 하게 된 주된 이유는 전쟁 같은 정치의 현 모습이다. 이원욱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의 본모습인데 타협은커녕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가 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대타협을 지향하는, 최소한 국회에서 양 진영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응천·이원욱·김종민·박원석·정태근 미래대연합 공동추진위원장 등이 1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김종민,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조응천,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 이원욱,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정태근 ⓒ뉴시스

“민주당 하위 20% 명단 나오면 합류 인원 많아질 수도”

오래 몸담은 당을 떠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었다.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은 지난 1년간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 당내 도덕성 논란 불식 등 변화를 촉구해 왔다. 지난해 11월16일에는 ‘원칙과 상식’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이 대표에게 대표직을 유지하는 한 혐오의 정치를 끝낼 수 없다며 당대표를 내려놓고 통합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줄 것을 요구했다. 

1월1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가진 김종민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 대표는 형식적인 노력만 할 뿐 고집을 내려놓지 않았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통 없었고 당 지도부 운영이나 공천에서 한 번도 통합적인 운영 안을 제시한 적도 없다. 친명계를 비롯한 측근들로만 위원회를 꾸렸다. 공직자 심사평가도 혁신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도 1월1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혁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공관위 구성이 저희를 향한 최후 통첩이라고 느꼈다.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래대연합 이원욱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기자
미래대연합 이원욱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기자

미래대연합의 목표는 제3지대 리더가 되는 것이다. 신당들의 ‘도토리 키재기’는 의미가 없고, 하나의 빅텐트로 뭉쳐야만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미래대연합 외에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만든 새로운미래, 금태섭 전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등이 각각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출발이 늦었음에도 우리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마음을 비운 현역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기득권을 지키고 있었다면 (다른 세력들이) 작은 차이를 들어서라도 연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강력한 힘은 진정성,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양당 현역 의원들의 추가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하고 있다. 미래대연합은 총선에서의 기호가 결정되는 2월14일, 당내 현역 의원 수가 6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정의당이 지금 6석을 갖고 있는데 류호정 의원의 탈당으로 5석이 됐으니 이보다 많으면 기호 3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이 나오는 시점에 합류 인원이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대해 “제3지대 정당이 모두 합쳐지면 최소 20석, 최대 100석은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양당의 적극적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중간지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역대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18대 총선이 46.1%,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21대 총선이 66.2%인데, 그 사이 약 20%의 무당층에게 희망을 보여주면 100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안은 하나의 정당 만들어서 총선에서 3파전 벌이는 것”

합당의 전제조건은 가치와 비전, 그중에서도 미래대연합이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치 개혁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의 모든 기관 중 국회가 신뢰도에서 꼴등이다.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치 개혁이다. 기득권과 집단이기주의 타파”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와 세비 반납, 의원정수 조정 등에서 정치의 근본을 바꾸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의원 50명을 줄이는 것보다 더 큰 문제의 핵심은 양당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다. 그러려면 다당제가 가능한 선거구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표퓰리즘적’인 선언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래대연합 김종민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미래대연합 김종민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여야의 선거제도 논의가 어떤 결론을 낼지 알 수 없어 신당의 앞길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은 거대 양당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병립형에 반대하며 준연동형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미래대연합은 소수정당이지만 현역 의원이 다수 있기에 설사 병립형으로 회귀하더라도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힘들 것이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더라도 위성정당을 목표로 하는 곳이 불리하지, 우리는 5인방이 다 비례가 아닌 지역구에 나가는 것이어서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대연합은 일각에서 나오는 ‘느슨한 연대’ 주장에도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하나의 정당으로 3파전을 만드는 것이 제1안이지만 이 안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선거연대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민 위원장은 “지역구에서는 연대해 연합 공천을 하고, 비례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선거연대의 방식이다. 우리는 모든 쪽에 다 열려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민심의 향방에 달려있다. 만약 민심이 ‘각각 따로 해서 기반을 마련하라’고 하면 그대로 가야지 역류할 수는 없다. 어쨌든 1안은 하나의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3파전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로선 이것이 민심에 호응하는 도리”라고 말했다. 

합당 시점을 두고 신당 간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융합을 위해 필요한 과정’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언제까지 하자는 것은 결정적 문제도, 의견 차이도 아니다. 서로 지지자들의 민심 여론이 형성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각 진영으로 흩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은 “제3지대가 과반을 얻어 적대적 정치가 무너지면 흩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득권 정치가 무너지지 않으면 다음 대선 때까지 이어가서 기득권 정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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