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분관 또 표류하나…‘기본예산’ 국회 문턱 못 넘어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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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결위 예산심사서 조사 용역 예산 2억원 전액 삭감 ‘빨간불’
사전 타당성 용역비 예산조차 확보 못해…숙원사업 ‘16년째’ 공회전

광주시가 민선 8기 역점사업으로 옛 신양파크 부지 내에 추진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하 현대미술관) 건립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안에서 확보된 관련 기본 예산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광주시가 16년째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국비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또다시 현대미술관 분관 유치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등산 자락 옛 광주신양파크호텔 전경 ⓒ시사저널
무등산 자락 옛 광주신양파크호텔 전경 ⓒ시사저널

18일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 국회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으며, 광주시가 요청한 ‘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예산 5억원 가운데 2억 원을 최종 반영했다. 

과거 사전 타당성 용역 국비 예산조차 확보 못해 ‘15년째’ 무산된 것에 비해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았다. 광주시는 오는 2027년까지 옛 신양파크호텔 자리에 총사업비 800여억원을 들여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관 광주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호남권 수장고 기능과 함께 미디어 아트·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융·복합한 미술 작품을 복합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키워내겠다는 복안이다. 

광주시는 민선 8기 들어 1995년부터 14회째 이어진 비엔날레와 2014년 지정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에 걸맞은 문화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미술관 분관 건립을 정부에 꾸준히 건의해 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참관한 김건희 여사에게 미술관 분관 건립 필요성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적극 건의했으며, 대통령실에서도 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광주시의 ‘현대미술관 분관’ 정부 예산안은 지난해 12월 초께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최종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369억원 들여 매입한 폐호텔 ‘신양파크호텔’에 800억원을 들여 국립현대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아직 현대미술관 유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억원을 들여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부터 실시하는 것은 혈세낭비라는 부정적 여론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일부 용역 예산이 반영되지 못함에 따라 현대미술관 분관 건립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잔뜩 기대를 품었던 지역 예술계에선 이번에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허백련, 오지호, 김환기, 천경자 등 호남출신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 대부분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점 때문에 광주 분관 유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광주시도 국립현대미술관 디지털아트관 건립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에 꼭 필요한 숙원사업이라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지난 2008년부터 분관 유치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지역 예술인들의 실망만 키워 왔다. 특히 2018년 민선 7기 이용섭 전 시장이 의욕적으로 나서 어느 때 보다 기대가 컸다. 정치권에서도 분관 건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로 기대를 부풀게 했다. 

하지만 매번 그랬듯이 기본예산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중앙초교 부지(1만5299㎡)에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의 현대식 미술관 분관 건립(총 사업비 1180억원)은 계획으로만 남아있다.

지역 미술계 한 관계자는 “광주가 진정한 문화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 유치를 통해 국립광주박물관, 아시아문화전당, 비엔날레를 연결하는 문화 인프라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상임위원회 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었으나 아쉽게도 국회 예결위 예산심사 단계에서 관련 용역비 2억원 전액이 싹둑 잘렸다”며 “더욱 철저히 준비해 지역 숙원인 현대미술관 분관 건립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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