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쏟아지자 “R&D 정책 저항”…조성경 반격에 성난 과학계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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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자격미달 인물이 과기부 차관 오른 게 카르텔”
조 차관, 각종 의혹 제기에 법적 대응 시사 “모욕·망신주기”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023년 12월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다누리 임무 운영 성공 및 다누리의 스펙타클 365전 개최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023년 12월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다누리 임무 운영 성공 및 다누리의 스펙타클 365전 개최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 대한 각종 논란과 의혹이 이어지면서 과학계가 들끓고 있다. 조 차관이 의혹 제기를 ‘모욕주기’로 깎아내리며 맞불을 놓자 과학계에선 “자격 미달”이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조 차관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법인카드 업무추진비 부정사용과 박사논문 표절, 사교육 카르텔 등 쏟아진 의혹 제기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R&D) 정책에 대한 ‘저항’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R&D 카르텔 사례를 제시하고 R&D 시스템 혁신을 추진하는 시점에 모욕과 망신주기식 의혹이 난무하는 것을 보니 정책적 저항이 심각함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사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자신의 모친과 18억원 규모의 비정상적인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에는 “2019년 이후 가족들 간 전세권 설정에 대한 것으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수한 사적 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논문 표절 논란에도 일부만 발췌해 “악의적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며 “사실과 전혀 다른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계속하면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사교육 업체 주식 보유 의혹도 비서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8월 사이 모두 처분했으며 본인과 가족이 민간인으로 주식을 보유한 것이라 비서관 업무수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 차관은 그러나 지난해 9월26일 저녁 과학기술계 현장 전문가 의견 수렴을 목적으로 식사비 26만원을 지출한 내역과 자택 인근에서 업무추진비가 집행된 부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조 차관은 업무추진비 26만원을 집행하며 A식당에서 9명이 식사했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해당 식당은 저녁의 경우 1인당 9만8000원의 코스요리만 판매하는 곳이어서 기재 내용과 불일치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 비서관에서 과기부 1차관으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R&D 예산 삭감을 주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억지’라며 자신은 삭감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조 차관 입장이다.

조 차관은 고려대 식량자원학과와 신문방송학과 학사 학위를 받고 2003년 아주대에서 에너지공학 박사학위, 2012년 고려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2년 5월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과학기술비서관에 임명됐으며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으로 발탁됐다.

왼쪽이 조성경 차관이 2011년 게재한 학술논문, 오른쪽이 2012년에 받은 고려대 박사논문 ⓒ 연합뉴스
조성경 차관이 2011년 게재한 학술논문(왼쪽)과 2012년에 받은 고려대 박사논문 ⓒ 연합뉴스

과학계 “자격 미달 인물 리더에 앉은 게 카르텔”

과학계에서는 조 차관의 해명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어확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책임연구원이자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조 차관이 교묘하게 논란 중인 의혹의 핵심 요지를 벗어나 대답했다”며 “본질은 훼손하고 과학계와의 갈등구조로만 몰아가려고 한다”고 일갈했다.

이 부위원장은 “조 차관은 ‘사용후 핵연료’ 철자도 틀려 ‘사용후 핵원료’라고 했다”면서 “국내 과학기술을  이끌어야 할 리더 자리에 자격 미달인 사람이 앉았다. 이거야말로 카르텔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위원장이 지적한 발언은 지난해 12월12일 대덕이노폴리스포럼에서 나왔다. 당시 포럼에서 조 차관이 카르텔 8가지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과학계 전체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종호  장관은 “예산 삭감과 카르텔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순전히 조 차관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조 차관 의혹과 발언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당시 포럼도 유튜브 생중계되는 게 정상인데 과기부가 이노폴리스측에 포럼을 찍지말라 한 것을 확인했다. 일기장에 쓸 수준인 ‘과학계 카르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셈”이라고 직격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R&D에서 불필요하거나 급하게 추진한 연구로 인해 조직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면서도 “이를 무식하게 ‘R&D 예산 일괄 삭감’, ‘과학계 카르텔’로 엮어 해결하는 건 접근 방식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는 마치 암세포를 잘라내야 하는 상황에서 굶겨버리는 방법만 쓰는 셈”이라며 조 차관 인식과 발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교수 단체 측은 조 차관의 법적 대응을 오히려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태호 한국대학교수협의회(한교협)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교협은) 지난 10여 년 전부터 고위공무원들의 사교육 카르텔 분석하고 모니터링 해왔다”며 “조 차관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조 차관은 박사 학위 논문에서 48% 표절률이 나왔고, 이전에 학회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인용표기도 없이 거의 100% 그대로 썼다”며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차관이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그렇게 하면) 오히려 자신이 힘을 잃을 것”이라며 “본인 의혹만 계속 나오게 될 텐데 차라리 1대1 공개 생방송 토론을 하자”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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