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나라에서 아이 낳지 말라”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8 17: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尹대통령에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 건의한 與 규탄
“온몸 던져 애원했지만 국민의힘 외면…심판 받게될 것“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국민의힘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국민의힘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국민의힘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한 유족들은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게 무섭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데 대해 “국민의 뜻을 거스른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족과 시민사회, 종교계 등 약 70명이 참여했다.  

유족 11명은 회견 이후 삭발식을 단행했다. 몸에 보자기를 두르고 앉은 희생자 가족들은 스님이 머리를 밀기 시작하자 울음을 터트렸고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도 눈물을 흘리며 탄식을 뱉어냈다. 

박영수씨(故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게 무섭다. TV에서 보는 정치인 얼굴도 무섭다”며 “아이 낳지 마십시오”라고 절규했다. 박씨는 이어 “아이들을 보낸 뒤 엄마들 눈물은 강이 됐고, 아빠들 한숨은 태산이 됐다”며 “정치인들은 강과 태산을 돌아본 적 있는가”라며 성토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 거부에 이어 대통령에게 입법권 무시를 건의한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께 특별법이 정부로 이송되는 즉시 법을 공포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온몸을 던져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애원했지만 국민의힘은 우리를 외면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조사 대상이 되고 책임이 밝혀질까 두려운 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철저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핵심 골자로 한다. 지난 9일 국민의힘 불참 속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태원 특별법은 상임위, 본회의 등 모든 절차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법”이라며 “민주당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독소조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입법 폭주를 감행해 사회적 참사를 정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특별법을 단독 처리했다”며 “유가족에 대한 지원,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해 사회에 도움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이 총선용 정쟁이라니,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맹폭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특별검사 삭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및 구성 등에서 이미 충분히 여당 의견을 반영해 양보한 법안”이라며 “윤 대통령은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