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이재명 재판장, 與 “지연 전략” 질타에 내놓은 해명은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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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태 부장판사, 자신의 사직으로 인한 ‘선고 지연’ 지적 반박
“물리적으로 총선 전 선고 어려워…내달 2일 재판 진행도 고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담당 재판장이 “물리적으로 총선 전 선고는 어렵다”며 자신의 사표 제출과 ‘4월 이후 선고’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강규태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53)는 19일 이 대표 사건 공판 개시와 동시에 “제 사직 문제가 언론에 보도돼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법정 마이크는 소송 지휘를 위한 것”이라면서도 “법관이 세상을 향해 마이크를 잡아선 안 되지만 제 사직이 1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객관적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잠시 빌리겠다”며 준비해 온 글을 읽었다.

16개월 간 해당 사건을 맡아 온 강 부장판사는 먼저 “이 사건에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은 증인 51명을 채택해 2명을 철회했다”며 “작년 9월 이 대표의 국회 대정부 질문 참석과 단식 장기화로 공판 기일이 두 번 변경된 것 외에는 격주로 증인 신문을 했고, 현재까지 증인 49명 중 33명에 대한 신문을 마쳤다”고 구체적인 재판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증인 신문 절차가 3분의1 가량 남았다”며 “부동의 서증(서류증거)에 대한 조사, 검찰 구형, 최후변론 절차, 판결문 작성까지 고려하면 선고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며 4월 총선 전까지 재판을 마무리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 재판부 주요전담사건은 경제사건으로 증인 30명 안팎의 대형 경제 사건 8건이 진행중이고, 그 중 4건은 구속사건”이라며 “불구속 사건인 이 사건을 매주 진행할 여력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법관이 법정에서 자신의 신상과 연계된 해명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사표 제출’에 따른 여러 해석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 사건을 맡은 재판장이 사직, 판결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최근 강 부장판사는 내달 초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고, 2월19일자로 퇴직이 확정됐다. 사표를 낸 후 강 부장판사는 자신의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는 글을 남겼다. 

여당에서는 강 부장판사의 사직으로 이 대표 재판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에 충실히 복무한 셈”이라며 “모든 공직자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법관의 행동이라고 보기엔 믿기가 어려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직격했다.

그러나 강 부장판사는 자신의 사직 여부와 상관 없이 정기인사로 인해 재판부 구성 변경과 함께 공판 갱신 절차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가 사직하지 않아도 저는 2년간 형사합의부 재판장 업무를 마쳐 ‘법관 사무 분담 및 사건배당에 과한 예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담당 보직이 변경될 예정이었다”며 “이는 배석 판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제 사직이 공개된 마당에 다음 기일인 내달 2일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깊이 고민된다”며 “오늘 재판을 마친 후 검사, 피고인 양측에 의견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측은 “2월2일 재판을 현재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해당 재판도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이날 재판은 지난해 12월22일 공판 이후 휴정기로 중단됐다가 약 1개월만에 열렸다. 이 대표는 흉기 피습 17일만에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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