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美 변호사 첫 재판 공전…유가족 “재판지연 목적” 분통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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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측 “최근 선임돼 공소사실도 확인 못해”
檢 “자녀들에게 피해자 ‘엄마’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등 따돌려”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지난 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가 2023년 12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혼소송으로 별거 중인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이 피고 측의 준비 미흡으로 공전했다. 피해자 유족은 “재판지연 목적”이라며 분개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1부(허경무·김정곤·김미경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아무개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현씨 측 변호인은 “엊그제(17일) 선임돼 아직 기록을 입수하지 못했다”면서 “공소사실도 확인하지 못해서 검찰 측 공소요지 낭독을 다음 기일에 같이 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른 변호인은 뭐하고 있느냐”면서 “오늘은 공소요지까지 듣겠다”고 결정했다.

현씨는 작년 12월3일 이혼소송으로 별거 중인 아내를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모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둔기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 측은 “피고인(현씨)은 협의 없이 자녀들만 데리고 2018년부터 뉴질랜드로 이주해 지내면서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했다”면서 “2019년부턴 자녀들에게 피해자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거나, ‘너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가정 내 따돌림을 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현씨는 결혼 초기부터 아내 A씨에게 소득급여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폭언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에게 모친 A씨의 욕설 및 비하발언을 하게 한 후 이를 녹음한 파일을 전송하거나 명절에 A씨만 남겨두고 자녀들과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가족 내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있다.

참다못한 A씨는 작년 11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에 들어갔다. 같은 해 12월 A씨가 자녀의 책가방을 가지러 현씨의 거처에 방문했을 때 이혼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격분한 현씨가 주먹 및 둔기로 A씨를 폭행하고 목까지 졸라 살해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현씨의 다음 재판일은 오는 2월28일로 잡혔다. 당초 재판부는 법원 정기인사 임박 등 상황을 고려해 2월 초를 거론했으나, 현씨 측 변호인은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2월19일 이후로 다음 공판 날짜를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 유족은 분개했다. 현씨 측이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피해자 유족 및 지인은 이날 현씨 측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기일을 미뤄달라고 요구할 때마다 탄식하거나 욕설을 내뱉었다.

A씨 유족은 이날 재판 종료 후 취재진에게 “저 인간은 악마”라면서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최근 수사때와 다른 법무법인을 새로 선임했다. 정말 쓰레기”라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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