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정부에 “中 광물 즉각 배제 비현실적…한시 허용해야”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4.01.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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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합성 흑연 69% 정제·생산 中 대체 국가 없어”
“10% 이하 가치 광물에는 FEOC 적용 말아달라”
현대차는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 Ease every way'를 주제로 미디어 데이를 열고 미래 비전을 밝혔다. ⓒ 연합뉴스
현대차는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 Ease every way'를 주제로 미디어 데이를 열고 미래 비전을 밝혔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하더라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지급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의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특정 핵심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기업(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을 즉각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대차는 "중국이 2022년 전 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라며 "다른 국가들이 단기간에 (이러한)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IRA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조달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작년 12월1일 발표한 IRA 세부 규정안에서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소재한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다. 이에 현재 중국산 핵심 광물에 크게 의존하는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실제로 올해 해당 규정이 적용되면서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지난해 말 43개에서 올해 19개로 대폭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핵심  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을 시,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de minimis) 도입도 요청했다. 현대차는 최소 허용 기준으로 10%를 제시,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광물 전체 가치의 10% 미만에 해당하는 핵심광물은 FEOC 명단에 포함시키지 말아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원산지 자체를 추적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FEOC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 명단을 신속히 발표해달라고 촉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의견서에서 "규정안을 따르는 데 필요한 조정을 하려고 전념하고 있지만 현 시장 환경을 무시할 수 없고,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현대차그룹은 최선의 노력에도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도 FEOC 규정과 관련된 어려움을 함께 호소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는 데다,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북미 수요 전체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핵심 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경쟁력에 중요하게 여기는 공급망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고 있어,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총가치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저가치' 재료는 FEOC 규정에서 예외로 해달라며 코발트, 지르코늄, 텅스텐, 이트륨, 티타늄, 흑연, 형석을 저가치 광물로 지목했다.

한국 정부도 의견서를 제출해 업계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한국 정부는 FEOC 규정을 기업들이 이해하기 쉽게 더 명확하게 해달라고 하며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 기업들이 새 규정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도입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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