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여아 성폭행 혐의’ 30대男 무죄 파장…“가해자에 면죄부”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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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성단체연합 등 창원지법 앞 규탄 기자회견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것 몰랐다며 무죄?…면죄부 준 것”
경남여성단체연합, 창원성폭력상담소 등 단체들이 22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규탄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성폭력상담소 제공
경남여성단체연합, 창원성폭력상담소 등 단체들이 22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규탄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성폭력상담소 제공

12세 여아 성폭행 혐의를 받던 30대 남성이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지역 여성계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 및 기관은 22일 창원지방법원 앞 기자회견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재판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 진술을 보면 만 12세가 어머니에게 들켜 혼날 것을 두려워하며 꾸며냈다고 하기엔 진술서상 단어의 수위가 피고인의 무고 동기로 보긴 무리가 있다”면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을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판결한 것은 피고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는 성폭력 가해자의 행위와 그 파급력에 대해 제대로 심리해 온당한 판결을 해야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이러한 성착취 범죄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받 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11일 창원지법 형사4부(장유진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작년 5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된 12세 B양을 경남의 모 무인모텔에서 채찍으로 수십 차례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다.

재판의 쟁점은 B양의 정확한 나이를 A씨가 인지했는지 여부였다. 사건 당시 12세였던 B양은 재판 과정을 통해 “A씨에게 14세라고 말했고, 닉네임에도 14세가 들어가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이때 B양이 말한 ‘14세’는 만 나이가 아닌 이른바 ‘한국식 나이’다.

재판부 또한 A씨가 B양의 정확한 나이를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검찰이 A씨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인데, B양의 키나 체격 등 외모를 고려했을 때 13세 미만이라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판단이다. B양의 생일 경과 여부에 따라 실제 만 나이가 달라지는만큼, A씨가 B양의 생일을 알지 못하는 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지 여부 또한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이란 판단도 내놨다. 

재판부는 피해자 B양의 진술 또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B양이 사건 당일 모친에게 ‘편의점에 간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고 A씨를 만났던 만큼, 이에 대해 혼날 것이 두려워 성폭행 피해를 꾸며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B양의 신체에 채찍으로 폭행당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남지 않은 점, B양의 신체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등 또한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면 검찰 측은 B양의 진술 및 압수한 범행도구 등을 종합했을 때 유죄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 1심의 무죄 판결에 불복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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