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법정서 16분간 檢 때렸다…‘위증’ 피고인 “李 두려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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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서 “불리한 내용만 공소장에 넣어”
法, 위증 혐의 김진성씨 요청 따라 이 대표와 변론 분리 방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을 직격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녹취록 전체가 아닌 일부를 선택적으로 골라 공소장에 담았다며 15분 넘게 항변을 펼쳤다. 위증 혐의를 인정한 피고인 측은 '신변 위협'을 호소하며 이 대표와 재판 분리를 요청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이 대표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만 따 공소장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녹취록을 보면 제가 (위증 혐의 피고인) 김진성씨에게 '기억나는 대로 얘기하라, 있는 대로 얘기하라, 기억을 되살려봐라, 안 본 것을 본 것처럼 하면 안 된다'라는 취지의 말을 12번 반복한다"며 "검찰은 이처럼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공소장에서 빼 왜곡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인물로 지난해 10월 위증 혐의로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됐다. 

앞서 이 대표는 2004년 김 전 시장의 비위를 취재하던 KBS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서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김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김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위증을 압박했다는 게 검찰 결론이다.

김씨는 실제로 2019년 2월 이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김씨 증언 등에 근거해 이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공판에서 김씨에 위증을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며 "김씨가 과거 김 전 시장을 대리해 저를 고소한 일로 제가 구속됐었고, 저로 인해 김병량 시장이 낙선하고 김씨도 그와 무관치 않게 구속돼 처벌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와 저는 일종의 애증 관계이자 위험한 관계로 거짓말을 해달라고 요구할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16분 간 날 선 발언을 이어가며 혐의를 부인한 이 대표와 달리 김씨 측은 위증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이 대표 측에서 '김씨가 허위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무죄 취지 주장을 대신 해주고 있는데, 더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주장대로라면 김씨도 무죄가 되는데,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어 "김씨는 아직 성남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피고인(이 대표)과 마주해 재판받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한다"며 "재판받는 동안 이재명 피고인의 퇴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 요청을 받아들여 이 대표와 변론을 분리 진행하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공판에서 이 대표는 별도 기소된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에서도 검찰이 피고에 유리한 내용을 제외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 대표는 "김씨와 제가 2018년 말 나눈 통화 녹취록을 보면, 2012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연락한 상황으로 제가 김인섭씨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 나온다"며 "김씨가 이에 한국식품연구원을 언급하며 김인섭씨가 재판받고 있다고 얘기해준다"고 설명했다.

김인섭씨는 백현동 사업 관련 민간업자들이 각종 특혜를 받도록 성남시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이 대표는 "만약 검찰이 조사 당시 이 녹취록을 제시했다면 저는 '이것 봐라, 2018년 12월까지 이재명은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해 모르고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았나'라고 반론했을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관련 배임 사건에도 이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뺐다고 본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도 제출할 의무가 있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씨에게 김인섭씨 안부를 묻는 녹취록은 이미 관련 재판에 증거로 제출돼 있다며 이 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 측 주장에 사실과 다른 게 너무 많다"며 "이 대표가 김씨의 딸이 결혼할 때 축의금을 보내고 문자나 통화 내역이 다 있는데 왜 관계가 6년간 단절됐다고 뜬금없이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대표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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