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의 아침밥?”…소규모 대학은 ‘그림의 떡’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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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넉넉 ‘서울 대학’에 유리…‘빈익빈 부익부’ 논란
비수도권 대학 40%…“내년에 사업 중단·축소”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대폭 확대했지만 소규모 대학은 고물가·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악화에 사업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학생 1인당 식비 1000원을, 학교가 나머지 부담금을 지원해 학생이 1000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부 지자체에 한해 1000원을 더 지원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학이 끼니마다 3000원씩 지갑에서 꺼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재원이 넉넉한 대규모 대학만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기부금 많은 수도권 대학에 유리”…‘빈익빈 부익부’ 논란

23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1000원의 아침밥 사업 규모를 올해 450만 명분으로 전년대비 약 2배 늘렸다. 사업 예산도 작년(25억100만원)보다 대폭 늘린 48억4600만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사업 규모는 대폭 확대됐지만, 정부 지원금은 한 끼에 1000원 그대로다. 정부 지원금과 학생 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은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데, 영세한 소규모 대학은 사업 지원서조차 내밀 수 없는 처지다.

부산의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지금 교내 식당을 운영하기도 벅찬 상황”이라면서 “사업 취지는 좋지만 16년째 등록금이 동결인 데다 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방의 4년제 사립대학 관계자도 “수도권에 있는 큰 대학들은 기부금도 많이 들어오고 법인 전입금도 보유해서 사업 지원에 유리할 텐데 ‘빈익빈 부익부’나 다름없다”면서 “학생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지원을 해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지원금은 제자리인데 물가 인상률은 가파르다 보니 대학의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시사저널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 76곳 중 현행 정부 지원 수준이 유지될 때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힌 대학은 26개교(34.2%)에 달했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축소나 중단 의향을 밝힌 비율은 40%를 차지했다.

반면 교내 적립금이 3000억원이 넘거나, 졸업생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확보해 재원을 충당한 대학은 올해에도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생 수요도가 높아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액 기부금으로 사업 재원을 충당하는 연세대도 올해 사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밥과 국, 3종의 반찬으로 구성된다. ⓒ시사저널 조유빈<br>
천원의 아침밥은 밥과 국, 3종의 반찬으로 구성된다. ⓒ시사저널 조유빈

전문가들은 현재 비용 분담 구조로는 사업의 지속성이 낮고 결국 총선을 앞둔 ‘청년층 표심 잡기’라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000원의 아침밥 혜택을 보는 건 소수의 기숙사생, 자취생인데 대다수 학생의 등록금을 재원으로 충당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한정적 재원으로 끼니 당 대학이 3000원 이상 투입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석 교수는 “사업이 오래가면 결국 (영세한) 사립 대학은 적자에 허덕일 것”이라며 “정치권이 잘못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출생과 재정 압박을 크게 받는 지방 대학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면서 “(사업 확대가) 총선 시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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