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시작일 뿐”…‘쉬는 일요일’ 사라지는 마트에 노동계 반발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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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평일 변경 공식화
노동계 “휴식권·건강권 축소…최소한의 안전망 사라져”
정부는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의 휴일 운영 안내문. 서울 서초구는 올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2024.1.22 ⓒ연합뉴스
정부는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의 휴일 운영 안내문. 서울 서초구는 올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2024.1.22 ⓒ연합뉴스

정부가 쏘아 올린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방침에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대형마트 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되고 새벽 배송 불가 족쇄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업계는 반색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노동자 휴식권과 건강권을 축소시키려는 것”이라며 정책 시행을 막아서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 “의무휴업 평일로 변경시 스트레스 가중”

노동계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가 현실화 할 경우 노동권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면서 정부가 고강도 노동 물꼬를 트려 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마트노조) 관계자는 23일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의무휴일 평일 전환은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의 최종적인 목표는 결국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해 마트들도 쿠팡처럼 제한 없이 온라인 영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 청주시, 서울시 서초구에 이어 동대문구까지 의무휴업 평일전환이 논의 중”이라며 ”그런데 정작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입장은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동대문구 한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1월 초부터 매일 점심시간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노동자들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건강권과 휴식권 침해다. 마트노조는 정부 방침이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한 달 딱 2번 주말에 쉰다”며 “그 두 번은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쉬기에 그나마 경조사에 참여하고 가족들과 여행이라도 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일부 지방자치단체 사례를 들며 노동자 건강 악화는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한다. 마트노조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의 ‘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과 삶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의무휴업일이 변경된 청주시 사례를 짚었다.

대형마트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한 청주시 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 “업무스트레스가 가족생활에 연장된다”, “직장 때문에 가족에 충실하지 못한다”, “직장과 가족 생활이 충돌해 갈등이 있다” 등 의견이 속출했다. 

지역 내 소매업종간 불균형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병국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에 따른 중소소매업 영향평가’를 통해 “대형마트로 인한 지역상권내 업종간 불균등성 심화는 더 많은 업종이 혜택을 보는 ‘낙수효과’보다 업종간 ‘내몰림효과’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상태에서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은 중소소매업의 유지실패 증가와 지역 상권내 소매업종간 불균등성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의지를 드러냈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조정은 유통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 통과 여부와 구체적인 실현 시점은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 이후 대구시 상권분석 보고서의 오류 및 청주시 노동자 건강영향 변화 연구결과 발표 기자회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공식사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 이후 대구시 상권분석 보고서의 오류 및 청주시 노동자 건강영향 변화 연구결과 발표 기자회견 ⓒ마트산업노조 공식사이트

정부 “의무휴일 규제 원점 재검토…국민 불편 해소할 것”

노동계와 달리 대형마트 업계와 소비자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마트 업계는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경우 ‘1년 365일 3교대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지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의무휴업제도가 역차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해왔다. 제도가 만들어진 12년 전 ‘대형마트 vs 전통시장’ 구도가 현재 ‘오프라인 vs 온라인’으로 변화한 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전통시장 매출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삭제해 평일로 전환하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지역 새벽배송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키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당초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유통시장 경쟁 구조가 변화하며 국민 불편만 가중해 규제를 원점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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