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취약한 자재에 다닥다닥 붙은 구조, 강풍까지 겹악재
설 대목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점포 227곳이 전소됐다. 화재에 취약한 자재로 지어진 데다 점포가 이어져 있고 강풍까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영배 서천소방서장은 23일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산물 1층 점포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수산물과 잡화 점포 등이 이어져 있는 데다 불이 쉽게 번지는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고, 강풍까지 불면서 불길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는 정상 작동했지만 화재에 취약한 시장 구조에 거센 바람까지 불면서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합동 감식을 벌일 방침이다. 다만, 발화 지점이 전소된 상태여서 화재 원인 규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22일 자정께 대응 2단계(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를 발령해 23일 오전 1시15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불이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완진까지는 9시간이 걸렸다.
이번 불로 서천시장 전체 점포 292개 가운데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 227곳이 모두 소실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는 화를 면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설 대목을 앞두고 선물세트 판매와 전국 택배 발송 등을 준비하고 있던 탓에 점포별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상인은 뼈대를 드러내며 매캐한 냄새로 가득찬 상가를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화재로 인한 점포 복구에는 최소 1년 안팎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화재 상인들을 위로하고 피해 회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천특화시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직접 보고받고 현장을 점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윤 대통령과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에도 행안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과잉 대응이란 없다. 당국은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밝히고 상인들께서 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민주당도 총력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피해 상인들을 위한 행정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화재 복구 현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설 명절 전에 장사가 가능하도록 도와 서천군이 예비비를 투입해 임시 상설시장을 조성하겠다"며 행정력 총동원을 약속했다. 도는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해 상가당 200만원씩 긴급 재해구호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김기웅 서천군수도 "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재난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상인들의 비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시장 상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서천특화시장의 신속한 정상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