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족쇄 풀리나…무한경쟁 앞둔 ‘이마롯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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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형마트 영업규제 관련 유통법 개정 추진키로
대형마트 매출 확대 전망…‘이커머스 전쟁’ 심화 예상
“법 개정 되더라도 이커머스 동력 마련에 시간 걸릴 것”

정부가 대형마트에 걸린 ‘시간의 족쇄’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휴일 의무휴업’ 원칙을 폐지하고, 새벽배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온라인 배송 시간의 제약도 없앤다는 방침이다. ‘유통법 개정’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시선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이끌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 쏠린다. 쿠팡 등 새벽배송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발휘해온 이커머스 플랫폼과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의 휴일 운영 안내문. 서울 서초구는 올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의 휴일 운영 안내문. 서울 서초구는 올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했다. ⓒ 연합뉴스

‘유통법’ 개정 논의 활발해진 이유는?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유통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부터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도입된 법으로, ‘새벽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금지 제한’과 ‘공휴일 의무휴업’을 규정한다. 영업이 제한되는 시간과 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유통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에는 ‘소비자 선택권’이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를 규제심판회의의 ‘1호 안건’으로 삼고 시동을 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소유통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더뎠던 논의는 ‘대형마트 규제’가 ‘소상공인 보호’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다시 활발해졌다.

실제로 규제는 대형마트의 영업 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새벽배송 등 경쟁력을 앞세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2021년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8%, 1%에 그쳤고, 홈플러스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휴업의 반사효과는 온전히 소상공인에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신용재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인근 상권 온라인 유통업의 일요일 매출액은 대형마트가 영업한 일요일에 비해 13.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휴업일에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 패턴이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넘어야 할 산 많다…“시장 판도 뒤집기는 어려워”

업계에서는 정부의 노선을 환영하고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영업이 가능한 이커머스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배경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심의 단계부터 반대하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규제 완화가 그동안의 ‘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맞물려 그간 정체됐던 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말 점포 영업과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지게 되면 매출도 늘어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가 완화되면 이마트 단일점포의 매출이 4%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 마트 배송이 활성화되면 영업 이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류센터를 갖춘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은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대형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인근에 물류센터가 없는 지역에서 새벽배송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서 의무휴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연합뉴스<br>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서 의무휴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연합뉴스

“공격적 콜라보레이션 필요…소비자 혜택 늘려야”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각자의 장점과 노하우를 살려오면서 시장에서 성장한 만큼, 대형마트가 물류, 인력 등 온·오프라인을 함께 움직이는 동력을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형마트가 온라인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혜택을 확장해야만 의미 있는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대형마트 인프라를 활용해 비교적 수월하게 시장 진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이 확보한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요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전호겸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대형마트가 ‘하이퍼로컬’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전국의 ‘말초 혈관’까지 갈 수 있는 배송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새벽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형마트의 온라인 구매가 식품 분야에 치중돼있기 때문에,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이미 무료배송이 활성화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4만원 이상 무료배송’ 등의 제약은 허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마트가 OTT 등 콘텐츠나 무료배송 혜택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의 이커머스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콘텐츠업계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가능성을 공격적으로 열어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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