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충돌 격화시킨 ‘김건희 명품백’ 사건은 어떻게 불거졌나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6 12:05
  • 호수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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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목사, 고향·부친과의 인연 앞세워 김건희 여사에게 먼저 연락…“북한은 정당한 나라” 주장도
300만원 ‘디올백’ 선물하며 몰래 촬영…용산 “몰카 공작” vs 崔 “공익 목적”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의 중심엔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 대응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 관련 논란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서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선물받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영상은 재미교포이자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와 만날 때 카메라 기능이 장착된 손목시계를 차고 들어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촬영된 시점은 2022년 9월13일, 윤 대통령의 집권 1년 차 시점이다.

최 목사는 그해 1월 같은 고향(경기도 양평), 김 여사 부친과의 인연 등을 앞세워 김 여사에게 처음 먼저 연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통일·대북 정책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 위해 김 여사에게 연락했다고 주장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 목사는 1998년 ‘엔케이 비전(NK VISION) 2020’이라는 통일운동단체를 만들어 대북 지원 활동을 해왔다. 저서에서 “북한은 정당한 나라이며,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계에서는 최 목사의 목회자 자격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여러 언론에 소개된 그의 소속 교단 등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상이 촬영된 날 최 목사와 김 여사의 만남은 ‘코바나컨텐츠’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당시는 윤 대통령 내외가 한남동 관저에 입주하기 전으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거주할 때다.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은 아크로비스타 1층 상가에 위치해 있다. 영상에서 최 목사는 “아이고, 취임 선물도 보내주시고 그래서…”라며 김 여사에게 쇼핑백에 담긴 선물을 건넨다. 쇼핑백에는 명품 브랜드 ‘디올’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김 여사는 “아니 이런 걸 자꾸 왜 사오세요” “자꾸 이런 거, 정말 하지 마세요”라고 반응한 후 선물을 되돌려주진 않았다.

최 목사 측은 선물한 가방의 가격이 3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 서울의소리와 시민단체 등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국민권익위에도 같은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영상의 한 장면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캡쳐
2023년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영상의 한 장면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캡쳐

한동훈 비대위 주변에선 “설명 필요해”

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선 이 사건을 ‘몰카 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김 여사가 피해자라는 것이다. ‘함정 취재’의 비윤리성 문제도 있다. 서울의소리와 최 목사 측은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한 공익적 목적이어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목사는 1월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정(情)을 의(義)로 승화시켰다”며 ‘몰카’ ‘함정 취재’ 논란에 대해 당위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논란의 가방은 현재 용산 대통령실 창고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실은 언제 가방을 창고에 보관했는지, 추후 공개 여부나 반환 계획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 주변을 비롯한 여권 일각에선 법적 책임은 뒤로하더라도 논란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의 김경율 비대위원은 최근 이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 오른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하면서 ‘윤-한 충돌’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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