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느슨한 연대’로는 감동 못 줘…‘변치 않는 결의’로 뭉쳐야 한다”
  • 이원석·박나영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9 11:05
  • 호수 178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신당 빅텐트의 ‘중재자’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내가 먼저 양보할 것…존중의 정치 해야 합칠 수 있어”

‘개혁신당’(이준석), ‘미래대연합’(원칙과 상식), ‘새로운미래’(이낙연), ‘새로운선택’(금태섭), ‘한국의희망’(양향자). 4·10 총선을 앞두고 양당제 타파를 기치로 신당 창당에 나선 세력만 크게 5개다. ‘합쳐야 산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좀처럼 마음이 하나로 모이진 않는 모습이었다. 일단 범보수진영의 개혁신당과 한국의희망, 범진보진영의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이 각각 합당 내지는 통합(공동창당 선언)하기로 하면서 5개의 세력이 3개로 재편됐다. 최종적으로 하나의 빅텐트를 만들 수 있을지, 양 진영의 가운데 놓인 새로운선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4월 가장 먼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깃발을 들었던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신당 구슬을 하나로 꿰기 위해 중재자로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금 대표는 왜 제3지대 빅텐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걸까. 시사저널은 1월24일 여의도 새로운선택 당사에서 금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인터뷰는 범보수와 범진보진영이 각각 통합 선언을 하기 전에 이뤄졌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1월24일 여의도 당사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5개로 나뉜 신당 세력, 부끄러운 일”

지난해 12월 창당 후 새로운선택은 무엇에 가장 집중하고 있나.

“그냥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만으론 안 되고 내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씩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그리고 다섯 군데(신당 세력)를 어떻게든지 연대하고 합치게 하기 위해 물밑에서 조율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가장 먼저 신당 깃발을 들었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왜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고 봤던 건가.

“지금의 양당 구조, 그 틀 안에선 누가 해도 안 된다. 최근 양당에서 탈당한 분들과도 만나서 다 얘기했다. 민주당에서 탈당하신 분들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소위 비명계에도 공천을 주고 포용적 태도를 보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면, 이준석 대표가 만약 보수라는 틀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틀렸고 이준석이 제시하는 해법이 맞는 거라는 걸 증명하려고 하는 거라면, 각각의 그 생각은 존중하지만 내가 가는 길과는 다르다. 이재명이나 윤석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이제 나오신 분들도 그런 얘길 해야 한다.”

큼지막한 신당 세력이 현재 다섯 개나 된다.

“정말 유권자 앞에 할 말이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하나로 뭉쳐도 쉬운 게 아닌데 다섯 개로 나뉘어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 뭉쳐야 한다. 양당은 계속 갈라치기·편가르기를 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편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비판하면서 우리도 편이 갈려있으면 무슨 설득력이 있겠나.”

모두 ‘합쳐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협상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각각 만나보면 ‘누구랑은 도저히 함께 못 하겠다’ 이런 얘기들을 한다. 저도 ‘이분은 이런 건 좀 사과해야 하지 않나’ 온갖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인데, 그거를 뛰어넘어 일단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위해 합쳐야 한다. 서로 양보하고 헌신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의 한국 정치에 다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상호 간에 비방해선 안 된다. 또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된다. 존중의 정치가 필요하다. 그러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어떤 게 가장 걸림돌이라고 보나.

“나오는 시기나 과정 같은 것들이 각각 다르고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함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미 일찍 탈당해 창당을 한 사람도 있고 늦게 나온 사람은 자기 얘길 더 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텐데 ‘나는 이걸 꼭 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들이 있다. 서로 다 그러면 합칠 수가 없다. 점점 그걸 줄여가야 한다.”

이념도 가치관도 다른 이들이 한 정당으로 묶이는 게 정말 가능할까. 

“지금은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 진보, 보수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금 정치의 동력이 생기는 균열점은 분노의 정치와 정체성 정치다. 미국만 봐도 진보, 보수로 나뉜다면 서민, 노동자들은 진보 진영을 지지해야 하는데 그들이 분노로 인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나. ‘저 운동권 놈들 때문에 ’서민의 고혈을 빠는 엘리트들 때문에‘ 이렇게 지금 사회가 자꾸 갈라진다. 우리는 어찌됐든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편가르기와 악마화를 깨는 데 있어선 진보나 보수가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저는 거기서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단적으로 최근 개혁신당의 ‘노인 무임승차 폐지’ 등 정책에서도 이견이 보인다. 맞춰나갈 수 있을까. 

“이견이 있는 건 당연하다. 제가 창당대회 연설에서 ‘우리가 먼저 양보하겠다. 도저히 합의에 이를 수 없는 일이 있다면 다른 쪽에서 제안하는 걸 먼저 해보겠다’고 얘기했다. 중요한 건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공동체가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하게 해야 한다. ‘내가 항상 정답이다’? 이건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그런 걸 이뤄내고 싶다.”
 

“위성정당이 최악…차라리 병립형이 낫다”

일부 신당에서는 지역구는 같이 내고, 비례대표는 따로 내는 ‘느슨한 연대’ 방식 얘기도 나온다.

“느슨한 연대로는 유권자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건 결국 자기 지킬 것 지켜가면서 한다는 거다. 양보를 안 한다는 거다. 저는 그런 거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에 한 당을 만들기 위해선 갈등 요소가 엄청나게 많을 텐데, 그 과정에서 ‘이 사람들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짜 꾹 참는구나’ 이런 게 느껴져야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는 거다. 지금 탈당했다는 것만 가지고 유권자들이 감동하지 않는다.”

결국 ‘선거용 합종연횡’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제가 주변에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게 결의, 변하지 않는 결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는 거다. 상호 간에 나도 결의가 있고, 저 사람도 결의가 있는 걸 알아야 신뢰가 생긴다. 지금 신당이 다섯 개나 생긴 가장 큰 이유가 ‘이러다 한 놈이 또 들어가버리면 어쩌나’라는 불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느슨한 연대’ 이런 얘길 하고 있다가는 될 일도 안 된다.”

끝까지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생각인가.

“그렇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것도 고집할 생각이 없다.”

당초 30석을 목표로 얘기했다. 빅텐트가 완성된다면 목표에 변동이 있을까.

“100석, 60석, 50석 얘기도 나오는데 저는 30석 이상은 어렵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잘한 게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모인다고 의석의 10% 이상을 갑자기 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30석만 있으면 한국 정치를 그날부터 바꿀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함께 뭉친다면 30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합당의 마지노선 시점이 있을까.

“후보 등록일, 투표지 인쇄 등 물리적인 마지노선은 있겠지만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한꺼번에 (합당이) 되면 좋지만, 일부가 먼저 될 수도 있다. 일부는 4자 구도를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건 안 된다. 크로스오버(다른 장르가 서로 교차하는 것)가 중요하다.”

선거법 개정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신당의 유불리는 어떻게 보고 있나.

“병립형으로 가나 연동형으로 가나 신당엔 별로 상관없다. 그런데 저는 비례 정당이라는 게 최근 몇 년 간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나쁜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 등 소위 진보 진영의 사람들 중에 병립형으로 가는 건 퇴행이고 준연동형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저는 준연동형으로 인한 위성정당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책임 있는 사람들은 사과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병립형이 낫다.”

출마 지역구는 정했나. 

“서울에서 나갈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마음에 두고 있는 곳은 있지만 아직 당 문제가 정리 안 된 상황에서 불쑥 말하는 건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K-컬쳐, K-드라마가 세계를 휩쓸지만 어디 나가면 정치는 부끄럽다고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가 분노와 갈등, 분열의 정치인데, 이걸 바꾸는 새로운 정치가 K-정치로 시작될 수 있다. 그 시작이 새로운선택이 될 수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