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저 효과에 속아 통화 완화 서두르면 다시 물가 불안”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4.01.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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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기 마지막 단계에 실패한 역사적 사례 다수”
한국은행은 29일 '물가 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부주의한 통화 정책으로 물가 안정기로의 진입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과거 주요국들이 물가 관리 마지막 국면에서 성급하게 경계를 풀어 안정기 진입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 만큼, 우리도 부주의한 정책으로 물가 안정기로의 진입이 무산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29일 한은이 발표한 '물가 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한 사례 중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한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한 국가로는 미국(1973년), 프랑스(1974년), 그리스(1973년), 덴마크(1973년) 등이 제시됐다.

물가 안정기 진입 마지막 단계에서는 가격조정 모멘텀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발 위험이 상존하는데, 기저 효과 탓에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속아 정책 당국이 성급하게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서는 등 인플레이션 관리에 소홀하면 다시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물가 안정기 진입에 성공한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최초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물가가 충격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평균 3.2년이 걸렸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보고서는 "물가안정기로의 진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헤드라인 지수의 일시적 반등에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유의하게 반응하지 않는지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엽 한은 정책분석팀 차장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이지만, 물가 안정기 진입과 관련한 마지막 단계 위험이 남아있다"며 "안정 기조로의 재진입 여부는 부문 간 파급, 기대인플레이션과 기조적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의 경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에게 제공하는 참고자료 격이며 '순수한 실무진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대해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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