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발언? 갈라치기? 이준석式 ‘거침없는 정책’ 손익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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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폐지’ ‘여성희망 복무제’…파격 공약에 정치권 들썩
이낙연 측 “도 넘었다” 리스크 우려…‘낙준 연대’ 성사에 빨간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노인 무임승차 폐지’와 ‘여성 병역제도 도입’을 두고 정치권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공약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면서 ‘제3지대 여론몰이’에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약의 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세대·남녀 갈등’을 조장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낙연 대표의 개혁미래당 측에서도 공약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향후 ‘낙준(이낙연-이준석) 연대’ 방향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형적 갈라치기”…정치권 ‘타깃’ 된 이준석

이 대표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없애는 대신, 대상자들에게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한 공약 토론 과정에서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에서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은 경마장(역)”이라고 언급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각종 성토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이준석의 패륜적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의도적 거짓선동으로 청년층을 부추겨 노인층과 갈라치기해 득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정말 안 좋은 버릇이다. 전형적으로 감정을 긁는 괴벨스(나치 정권에서 선전·선동 담당한 인물)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논란이 식기도 전 이 대표는 경찰·소방관이 되려는 여성은 군 복무를 해야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약도 29일 발표했다. 이 대표는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부담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시민의 절반가량만 부담했다”며 “노량진에서 수험 생활로 몇 년을 보내고, 몇 문제로 경쟁하는 것보다는 군 복무를 자발적으로 한 진정성 있는 사람들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이 공약을 두고도 이 대표가 핵심 지지층인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의식해 선동 공약을 내놓는다며 질타가 쏟아졌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정무적으로는 하수였고 전략적으로는 상수였다”며 “이런 공약들에서 어떠한 비전과 메시지가 있느냐. 비례 한 석을 더 얻기 위한 포지셔닝”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논평에서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로 덩치를 키운 정치인 이준석의 밑천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오른쪽)가 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 대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오른쪽)가 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 대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여론집중 시너지” “정책·언행 리스크 줄여야“

갖은 비판에도 이 대표가 파격 공약을 연달아 내세우는 속내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이낙연계 개혁미래당과의 ‘개혁 의제’ 선점 신경전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연대든 통합이든 공천 정국에서 결정권한을 가지고 지분을 요구하기 위한 신경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 대표의 ‘정책 이슈몰이’가 개혁신당은 물론 개혁미래당을 비롯한 제3지대 세력 전체에도 시너지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김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최근 당정갈등을 겪으면서 언론 집중이 여당에 갔던 측면도 있는 만큼, 이 대표가 개혁 프레임을 가지고 싸우면서 언론에 보도돼 국민들에게 인식·홍보시키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이준석 정치’의 특징”이라며 “사회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띄워 끊임없이 관심을 받으려는 의도다. 노이즈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낙준 연대’ 성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두 세력은 진영 뿌리가 다른 만큼, 연대의 핵심 열쇠는 ‘개혁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의 정책 노선마저 엇갈릴 경우 연대는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실제로 개혁미래당의 일부 관계자들도 이 대표가 내놓은 공약들이 ‘도를 넘었다’며 리스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개혁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인 무임승차는 노인 활동을 촉진시켜 건강도 증진시키고 병원비용을 줄이는 사회적 서비스의 일종인데,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우려가 있다”며 “또 신성한 문제인 병역을 공무원 지원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미래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총선 전략 태도에 대한 ‘반감’도 감지된다. 다른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특정 계층을 배척하면서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며 “특히 언론과 국민을 게임 다루듯 하면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이 대표의 전략이 신선하고 여론몰이도 효과적인 만큼 2030 계층에서 좋아할 수는 있지만, 정책 개발이나 언행에 있어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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