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근대5종연맹, 전국대회 승부조작 의혹 제기로 ‘시끌’
  • 안은혜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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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 사유 덮으려 증거인멸 시도’ 의혹도
잘못된 경기 진행에 수상자들 메달 거부 사태까지
실업연맹 측 "출전리스트 입력에 오류 있었다" 해명

전국 근대5종경기대회에서 승부조작이 있었지만 집행부인 근대5종실업연맹이 이를 묵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회 마지막날 치러진 혼성 경기에서 5종 출전팀이 경기 도중 4종으로 변경해 시합을 뛰고도 '실격'처리 없이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레이저런 경기모습.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 ⓒ근대5종연맹 제공
근대5종 레이저런 경기 장면. 위 특정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근대5종연맹 제공

지난해 5월10일부터 14일까지 '제10회 한국실업근대연맹회장배 전국 근대5종 경기대회'가 전남 해남시에서 열렸다. 근대5종 경기는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등 5개 종목을 겨루는 대회로 전국의 실업팀 200여명이 참가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해당 대회 4일째인 5월13일은 4종(승마 제외), 5종 남여 혼성릴레이 경기가 열렸다. 승부조작 의혹은 이날 근대5종 출전 팀이 경기도중 복합경기(사격+육상)를 남겨놓고 종별을 4종으로 바꿔 출전하는 일이 벌어진 데서 비롯됐다. 

일부 감독의 거센 항의에도 집행부는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A감독은 "5종 경기를 치르다 4종으로 넘어오는 것 자체가 '실격'"이라며 "역대 시합 중에 4, 5종 선수가 뒤바뀌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선수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왜 그렇게 된 건지 자기들도 모른다고 하더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날 치러진 혼성 릴레이 경기는 시합 전날 출전 선수 리스트를 수기로 작성해 집행부에 제출한다.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출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도 혼성경기를 앞둔 전날(5월12일) 출전 선수리스트를 받았다. 4종은 BNK저축은행, 경남체육회, 대구시청에서 각 2명(남·여 각 1명), 5종은 울산체육회, 충남도청, LH, 경기도청에서 2명씩 출전을 신청했다. 출전리스트 및 경기결과는 대한근대5종연맹이 운영하고 있는 밴드에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혼성 경기 출전리스트(좌)와 4종 수영 결과(우)
혼성 경기 출전리스트(좌)와 4종 수영 결과(우) ⓒ제보자 제공

5월13일 오전 혼성 4종 수영이 첫 경기였다. 1위 BNK저축은행, 2위 경남체육회, 3위 대구시청 순으로 결과가 밴드에 올라왔다. 문제는 두 번째 펜싱 경기 4, 5종이 치러진 후 사격과 육상을 동시에 하는 복합경기 전 5종으로 출전한 경기도청팀이 종별을 4종으로 바꿔 출전한 데서 비롯됐다. 4종 출전팀 감독들이 항의했지만 집행부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대로 경기는 진행됐다.

경기 결과, 4종 1, 2위에 5종 출전팀인 충남도청과 경기도청이, 5종 3위에 4종 출전팀인 경남체육회가 이름을 올렸다. 5종에 출전하지 않았던 전남도청과 강원체육회도 기록과 함께 순위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B감독은 "왜 종별이 바뀌었냐고 (집행부에) 항의했지만 '서류 입력 단계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넘어갔다"면서 "우리는 한 종목에서 기권을 했는데 순위에 올라있더라"고 했다. B감독은 메달을 거부했다.

복수의 감독 증언에 따르면, 실업연맹 부회장인 C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대표자 회의에서 '집행부에 맡겨주면 우리가 골고루 분배를 해서 경기진행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감독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C감독은 "실업연맹 상임부회장은 경기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나중에 집행부에 물어보니 전산에 약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항의가 있었던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감독은 그러면서도 혼성 5종 경기를 뛴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메달은 4종에서 딴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명확지 않은 해명으로 인해 의혹을 키운 셈이다.

대회 7개월 뒤 날짜로 수영 출전리스트가 바뀌어 업데이트 되어 있다. ⓒ제보자 제공

집행부에서 실시간으로 경기결과를 올려주던 밴드(SNS) 게시물은 현재 모두 삭제됐다. 대한근대5종연맹 홈페이지에도 당일 4, 5종 출전 리스트와 수영 첫 경기 기록 역시 삭제되거나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업연맹 K전무이사는 "집행부는 수영 경기에서 4, 5종 리스트가 잘못 올라간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다. 다음부턴 이런 일 없을 거라고 사과했다"며 출전리스트와 경기기록들을 왜 삭제했냐는 질문에는 "실무자인 중앙연맹에 물어봐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한근대5종연맹 사무국 관계자 역시 "7개월이나 지난 일이라 답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밴드에 기록이 삭제된 이유를 묻자 "실업연맹에 물어봐라"고 넘겼다. 이번 승부조작 의혹은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돼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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