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폐광촌에도 ‘로켓배송’…‘인구소멸’ 마주한 유통업계 전략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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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안동·영천·영주 등 인구감소 지역 ‘쿠세권’으로 편입
“소외된 지방으로 배송 혜택…소비자 삶의 질 높이는 역할”

최근 쿠팡이 강원도 삼척과 경북 안동 등 정부 지정 인구감소 지역까지 배송 지역을 늘리면서 ‘인구소멸’이라는 키워드를 마주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물류가 닿지 않거나, 온·오프라인 채널의 연이은 철수로 인해 조성된 ‘식품 사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인구감소 지역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쿠팡의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

2010년 창업한 쿠팡은 처음에는 소셜커머스 업체로 분류됐지만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종합물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쿠팡은 최근 도서 산간 지역과 지방 소도시로 로켓배송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시사저널 고성준

수도권 중심 공식 깼다…탄광촌 한 달 주문 5000건

쿠팡은 최근 도서 산간 지역과 지방 소도시로 로켓배송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29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은 강원도 강릉·동해·삼척과 경남 통영·사천, 경북 안동·영천·영주·경주, 전남 영암과 전북 김제, 충남 공주·논산·보령·예산, 경기 가평 등 16곳까지 배송 권역을 늘렸다. 이 중 삼척과 안동, 영천, 영주, 영암과 충남권, 가평 등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에 해당한다.

쿠팡은 과거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등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다 지방 시·군·구까지 진출하면서 일명 ‘쿠세권’을 구축했다. 과거 탄광촌이었다가 인구가 크게 줄어든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경우, 로켓배송 진출 이후 한 달간의 주문 건수가 5000건에 달하는 등 이용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물건을 받기까지 일주일 이상 걸렸던 낙후 지대였지만, 로켓배송으로 생필품이나 식품을 빠르게 받게 되면서 생활 방식의 변화가 생겼다.

보통 이커머스 업계의 물류망은 인구와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구축돼왔다. 인프라 확장에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철수하는 유통업체들도 늘어났다. 지방 거점의 오프라인 매장도 줄어드는 추세라, 소도시나 인구감소 지역까지 대형마트가 발을 넓힐 가능성도 적어졌다. 대형마트 3사의 전국 점포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396개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400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29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은 강원도 강릉·동해·삼척과 경남 통영·사천, 경북 안동·영천·영주·경주, 전남 영암과 전북 김제, 충남 공주·논산·보령·예산, 경기 가평 등 16곳까지 배송권역을 늘렸다. ⓒ쿠팡 제공
29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은 강원도 강릉·동해·삼척과 경남 통영·사천, 경북 안동·영천·영주·경주, 전남 영암과 전북 김제, 충남 공주·논산·보령·예산, 경기 가평 등 16곳까지 배송권역을 늘렸다. ⓒ쿠팡 제공

‘식품 사막화’는 왜 사회적 문제가 됐나

‘이커머스 경험’이 중요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대도시에서 지방 소도시 등으로 이주한 이들은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의 부재 등에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중소도시 거주 소비자 중 84%가 서비스 제공시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가장 주된 이유는 장보기의 편리성(44.3%)이었다.

지역의 유통망이 무너지면 결국 인프라가 축소되고, 이로 인해 인구 유입이 줄어들면서 인구감소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명 ‘식품 사막화’는 불편함의 문제를 넘어 인스턴트 위주의 식생활을 하게 만들면서 ‘영향 불균형’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일본 등에서는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거주지 근방에 상점이 없는 이들을 ‘장보기 약자’로 보고, 식품 트럭 운영이나 마트 창업을 유도하면서 관련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동형 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취약 계층에 한정되는 서비스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갈수록 고령화되는 ‘식품 사막’ 지역을 구제할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초고령 인구 증가로 지역 소도시의 활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쿠팡의 물류망 확대는 ‘물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의 전국 물류망 구축은 기존에 수도권에 국한됐던 로켓배송 혜택을 소외된 지방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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