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9개째’ 법안 퇴짜…‘盧+MB+朴+文 기록’ 넘었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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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4건, MB 1건, 朴 2건, 文 0건 거부…野 “尹, 국회·민심 역행”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참사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9번째 법안 거부권 행사로,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최다 횟수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거부권 국면’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만큼, 이번 총선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에서 의결한 이태원참사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최종 재가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특별법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두도록 한 조항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해당 특별법은 지난 2022년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6월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9일 야권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특조위는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씩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나머지 3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불통 이미지의 정점을 찍었다고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현재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5회)와 법안 수(9개)는 최근(2000년대 이후)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 등을 종합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4개(대통령 권한대행이 별도 2개 행사) ▲이명박 전 대통령 1개 ▲박근혜 전 대통령 2개씩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당 전임 대통령들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수를 종합해도 7개로, 윤 대통령의 기록을 넘지 않는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 거부권을 한 건도 행사하지 않았다. 관련해 문 정부 청와대 출신의 민주당 원외 인사는 시사저널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까지 높았던 것은 의회정치를 존중하고 민심을 거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나중에 업보 청구서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가족 방탄’ 비판을 받았고, 해당 리스크는 당정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각종 정무적 행보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셈이다. 최근 국민의힘 탈당을 공식화한 권은희 의원도 “집권 여당에 자율권을 주지 않는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해 먼저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로 총선 민심도 일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10·29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기자회견은 물론 대대적인 철야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눈에는 칼바람 속에서 1만 5900배를 하면서 온몸으로 호소하던 유족들의 절규와 눈물이 보이지 않는 건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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