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질환 위험요소 가진 고령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면…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5 11:0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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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귀로 들어가는 혈관에 피가 통하지 않는 ‘척추 뇌저동맥 허혈’ 의심

 어지럼증의 원인은 이석증이나 메니에르병 등 다양하다. 이런 원인 질환이 없는데, 혈관질환 위험요소를 가진 고령 환자가 반복적이고 일시적인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질병이 있다. 바로 ‘척추 뇌저동맥 허혈’이다.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이 어지럼증이다. 자세를 유지하며 서있기 어려워진다. 단순히 어지럼증만 있다면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두통·구토·복시(물체가 두 개로 보임)·시야장애·감각 이상·운동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보통 수 분 내에 저절로 사라진다. 

우리 몸에서 뇌로 가는 혈관 중 뒤쪽 순환을 담당하는 척추동맥이 하나로 합쳐져 뇌의 기저동맥을 이룬다. 이 중 척추 뇌저동맥은 청각과 전정 기능을 담당하는 내이(귀의 가장 안쪽 부분)의 혈액 공급을 담당한다. 이런 후방 순환계에 혈전이 생겨 피가 간헐적으로 통하지 않는 증상(허혈)이 생기는데, 이것이 척추 뇌저동맥 허혈이다. 한마디로 뇌에서 귀로 들어가는 혈관에 장애가 생긴 질환이다. 그래서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회전하는 특정 자세와 동작에서 척추 뇌저동맥이 눌리면서 피가 통하지 않는 허혈 증상이 발생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증

이 질환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가장 흔한 원인은 동맥경화증이지만, 그 외에도 동맥 박리(혈관 벽이 분리됨), 혈전, 혈관염, 사고나 손상 등 다양하다. 특히 노인에게 잘 발생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척추에 퇴행성 변화가 오고 동맥이 지나는 척추의 홈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보통 어지럼증과 함께 다른 신경학적인 증상들(앞서 언급한 두통·구토·복시·시야장애·감각 이상·운동마비 등)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영상 검사(MRI와 MRA 등)를 받아야 한다. 55세 이상, 남자,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 발작의 과거력, 허혈성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력, 스트레스, 운동 부족 중에서 최소 3개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영상 검사를 하는 것이 권고된다.

척추 뇌저동맥 허혈이 확인되면 기본적으로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항혈소판제(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실로스타졸 등)를 처방받아 복용하게 된다. 만약 척추 기저동맥에 협착이 있는 경우에는 뇌혈관 성형술(경피적 혈관성형술, 스텐트삽입술 등)을 시행해 혈관을 넓히기도 한다. 이 질환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인자 조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고혈압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또 증상이 발생한 당시 나이가 젊고 자세 변화로 인한 어지럼증 같은 증상 발작이 비교적 자주 발생하면서 영상 검사에서 척추동맥의 압박이 관찰되는 경우라면 척추동맥에 가해지는 압력을 수술적으로 줄여주는 치료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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