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法,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45억 배상 판결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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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형제복지원 피해자 16명에 45억3500만원 지급 명령
재판부 “공권력 개입·묵인하에 벌어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한국판 홀로코스트’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왔다. 사진은 부산 형제복지원 전경. ©연합뉴스
‘한국판 홀로코스트’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왔다. 사진은 부산 형제복지원 전경 ©연합뉴스

“고맙습니다. 판사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의 두 번째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서보민 부장판사)는 3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총 45억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 108억3000만원 중 절반가량인 42%가 인정된 셈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해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 사건은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별 수용 기간 1년 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했다. 또 개별 원고의 후유증 여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선고가 나오자 방청석에서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판사님”이라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송에 참여한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항소한다면 반인권 국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피해자들이 항소할 수는 있을지라도 국가가 항소하진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법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21일 또 다른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도 법원은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다수의 소송 중 처음으로 이뤄진 선고였다.

한편 형제복지원은 1975년 당시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아 단속을 위해 발표한 내무부훈령 제410호에 근거해 운영됐다. 이후 12년간 경찰을 포함한 공권력이 부랑아 선도를 목적으로 길거리나 역에서 노숙자나 장애인, 아동 등을 무차별적으로 끌고 가 형제복지원에서 감금 및 강제 노역, 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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