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하이볼’, 유통지도 바꿨다…‘섞음주 문화’ 무엇을 흔들었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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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국내 수입량 3만 톤 돌파…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
2030 대세 주류로 등극한 ‘아재 술’ 위스키, 그 배경은
식음료업계도 하이볼 열풍 합류…‘구독 서비스’도 등장

지난해 위스키 국내 수입량이 3만 톤을 넘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대형마트 뿐 아니라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도 ‘위스키 붐’이 일었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와 술과 음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 트렌드가 위스키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에 고급 술, 혹은 ‘아재 술’로 여겨지던 위스키가 와인을 누르고 시장에서 떠오른 데는 MZ세대의 대세 주류가 된 ‘하이볼’의 영향이 컸다.

30일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의 위스키 코너 ⓒ연합뉴스
지난 30일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의 위스키 코너 ⓒ연합뉴스

‘홈술족’ 트렌드에 부상한 위스키…수입 맥주도 꺾었다

하이볼은 위스키나 증류주에 음료를 섞고, 얼음을 띄워 만드는 칵테일이다. 이렇게 간단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하이볼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알코올 도수는 낮지만 위스키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부담 없는 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에서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어느새 하이볼은 일반 음식점이나 술집의 주류 메뉴로 추가될 정도로 대중화된 술이 됐다.

하이볼의 인기를 타고 위스키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만5662톤이던 수입량은 2022년 2만7038톤, 지난해 3만 톤으로 급증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위스키 강세 현상’이 시작됐다. 이마트가 지난해 1~10월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에서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13%)은 수입 맥주의 비중(12.9%)을 넘어섰다. 이마트의 위스키 구매 고객 중 40%는 30대 이하였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전체 매출은 2022년과 비교해 27% 증가했다. 특히 1만~3만원대 위스키가 매출 1~5위를 차지했는데, 본연의 풍미를 즐기는 고가의 위스키보다 섞어 마시는 데 적합한 중저가 위스키 수요가 하이볼의 인기를 타고 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는 주류를 편의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CU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연령대별 위스키 매출 비율에 따르면, 2030세대 구매 비율이 전체의 53.3%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이어진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 위스키 매출액도 크게 늘어났는데,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위스키 매출은 전년 대비 80% 상승했고, GS25도 매년 50%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에 탄산수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명절 선물도 양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설 선물 세트 판매 행사에서 양주 세트를 예년보다 강화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위스키 판매대 모습 ⓒ 연합뉴스
MZ세대를 중심으로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명절 선물도 양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설 선물 세트 판매 행사에서 양주 세트를 예년보다 강화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위스키 판매대 모습 ⓒ 연합뉴스

명절 세트로도 위스키가 강세…트렌드에 올라탄 유통가

유통가는 위스키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 연말 하이볼로 활용하기 좋은 1.8ℓ 대용량 위스키를 단독 출시하면서 한 병으로 하이볼 60잔을 제조할 수 있는 ‘가성비’를 강조했다. 이마트가 이달 초 4만 병의 물량을 준비해 개최한 위스키 할인 행사에서는 인기 상품으로 인한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마트는 이번 설을 대비해 양주 선물 세트 종류를 10종 늘리고 물량을 20% 확대하는 등 위스키 판매에 힘을 주고 있다.

편의점업계도 제휴 서비스를 활용한 혜택을 선보이거나 관련 행사를 열어 2030세대를 잡기로 했다. GS25는 싱글캐스크 위스키 한정판을 단독으로 선보였고, CU는 주류 스마트 오더 플랫폼인 데일리샷과 함께 주류 픽업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은 발베니 더블우드, 맥캘란 더블 등 인기 위스키들을 확보해 ‘위스키런’ 행사를 열고, 한 달간 일정 금액을 내면 위스키를 10% 할인 구매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하이볼로 인해 주류와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 되면서, 식음료업계도 적극적으로 관련 제품 출시에 나섰다. 주류업계는 하이볼로 활용할 수 있는 증류식 소주 출시에 공을 들이며 고급 주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증류식 소주 ‘여울’을 출시한 롯데칠성음료가 ‘다양한 용도’를 강조하며 섞음주를 장려한 것도 그 일환이다.

서울장수는 ‘전통주 하이볼’인 얼그레이주를 선보이며 믹솔로지 트렌드에 올라탔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볼로 대표되는 섞음주 문화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믹솔로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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