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자원’ 매장된 달에 깃발 먼저 꽂는 나라가 임자
  •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4 08:0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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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헬륨3’ 등 자원 놓고 달 탐사 경쟁 불붙은 이유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인 한국도 뛰어들어

세계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전례 없는 달 탐사 경쟁의 해가 될 만큼 많은 우주 탐사 일정이 잡혀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일본, 러시아, 인도, 한국 등 세계 주요 우주국이 희귀 자원 채취와 달 기지 건설을 목적으로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달은 지구의 위성이며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다. 그렇기에 예전부터 인류의 주요 탐사 대상이 되었고, 인간이 직접 착륙하기도 했다. 이제는 우주 패권을 두고 탐사를 넘어 이념과 정치, 경제 체제가 경쟁하는 공간이 되었다.

일본 달 탐사선 ‘슬림’의 착륙 모습 이미지 ⓒEPA 연합
일본 달 탐사선 ‘슬림’의 착륙 모습 이미지 ⓒEPA 연합

‘헬륨3’ 1톤의 경제적 가치는 약 30억 달러

1월8일(현지시간) ‘민간기업 최초 달 착륙’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미국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Peregrine)’이 발사되었다. 하지만 추진체 계통 문제로 연료 누출이 심해 달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 2월 중순에는 미국의 또 다른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의 무인 달 착륙선 ‘노바-C(Nova-C)’가 달을 향해 출발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도 이어진다. 러시아는 올해 달 궤도선인 ‘루나 26’을 먼저 발사하고, 루나 27로 다시 한번 달 착륙에 도전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달 뒷면 샘플 채취를 위한 무인 탐사선 ‘창어 6호’를 5월에 발사한다.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샘플 채취다. 지금까지 달 표면 샘플 채취는 10차례 이뤄졌으나 모두 앞면에서 진행됐다.

올해 달 탐사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는 1년 더 미뤄졌다. 당초 계획은 올해 11월 아르테미스 2호를 통해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오리온 탐사선이 달 궤도를 돌고, 내년에 달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3호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리온 내부에서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유지하도록 돕는 시스템 밸브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점이 발견돼 아르테미스 2호 발사는 2025년 9월, 아르테미스 3호 발사는 2026년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최근 과학기술 선진국들은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달에 도전하려는 걸까. 인류가 달에 가려는 이유는 과학적·군사적 목적도 있겠지만, 실상은 자원 확보가 가장 큰 요인이다. 달에는 희토류와 함께 지구에는 거의 없는 헬륨3가 풍부하다. 희토류는 원자번호 57에서 71에 배열되는 원소 15개와 스칸듐·이트륨 등을 통틀어 말한다. 이 희귀한 광물들은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핵심 자원이라서 ‘첨단산업의 쌀’로 불린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80%,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이 중국에 대한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전문가들이 흔히 “중국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희토류”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달의 자원은 달의 표토에서 확인된 110만 톤의 헬륨3다. 이는 70억 인류가 1만 년 동안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헬륨3는 지구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진정한 청정에너지이자 화석연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고 있다. 핵융합 때 1g의 헬륨3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석유 14톤, 석탄 40톤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화석연료와 원자력까지 대체할 꿈의 에너지로 꼽힌다.

헬륨3 1톤의 경제적 가치는 약 30억 달러로 예측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에서 헬륨3를 채굴해 지구로 가져와 발전소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한다면 모든 비용을 감안해도 경제성이 지금의 82배 이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인류는 수 세기 동안 사용할 깨끗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달의 자원은 허락 없이 아무나 가져와도 되는 걸까. 1967년 제정된 우주법에 따르면 달은 특정 국가의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자원 채취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즉 달에 먼저 깃발을 꽂으면 임자가 된다는 얘기다. 결국 세계 각국이 앞다퉈 달을 정복하려는 것은 희소가치를 지닌 달의 지역을 선점하려는 데 있다.

 

궁극적 목표는 인간이 머물 상주기지 건설

인류가 달 탐사를 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류의 주거 거점인 ‘달 기지’ 건설 때문이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1972년 달에 착륙한 마지막 유인 우주선 ‘아폴로 17’ 이후 반세기 만에 재개되는 유인 달 착륙이다. 그저 단순하게 인류를 달에 보내려는 게 아닌 달에 정착시키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최초의 기지는 전력시설, 방사선 차폐시설, 폐기물 처리시설, 우주비행사들의 착륙장, 월면 탐사차 계류장 등으로 구성된다.

달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제2의 지구’를 꿈꿔온 또 하나의 생활공간이다. 그렇다고 달의 아무 곳에나 달 기지를 세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일 달 기지를 달의 적도 부근에 세운다면, 낮과 밤의 기간이 14일씩 나뉘게 된다. 달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각각 지구의 14일과 같다. 그러면 밤 기간 동안엔 달 기지에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지금까지 달 탐사를 통해 조사된 바에 따르면, 달 기지 건설에 가장 적합한 지역은 달의 극지로 알려져있다. 극지에서는 지구와 태양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에 남극과 북극에 두 대의 태양광 발전공장을 세울 경우, 한 발전소는 늘 태양빛이 비치는 곳에 있게 돼 달 기지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문제가 해결된다.

특히 달의 남극은 얼음 상태의 물이 다량 존재할 가능성이 커서 달 기지 건설의 최적지로 꼽힌다. NASA가 2026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3호’의 착륙 후보지로 달 남극 지역을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2년 8월20일 NASA는 달 남극의 착륙 후보지 13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2021년 6월16일, 2035년까지 달에 ‘국제달연구기지(ILRS)’를 함께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1년 ILRS 건설지를 물색하는 탐사를 시작으로 2025년 건설지를 결정하고, 이후 2035년까지 공사를 진행한 다음 2036년 운영에 들어간다. ILRS는 달 표면과 궤도의 한 곳 또는 그 이상의 장소에 건설된다.

우주 강국에 맞서 대한민국의 달 탐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한국은 2022년 12월27일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세계 7번째로 달 탐사 국가가 됐다. 다누리는 2022년 8월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달로 향했다. 꾸준한 달 탐사 계획과 노력이 향후 달의 자원 확보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달 기지 건설을 실현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중력에 대한 적응,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내야 하는 문제, 사정없이 쏟아지는 방사선과 운석 방어 등등 기술적 난제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변이 없는 한 NASA와 중국·러시아의 우주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돼 인류가 달 기지에서 사는 일이 헛된 꿈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본격화되고 있는 달 기지 건설 경쟁을 통해 달 자원 확보와 지속적 우주 탐사를 수행하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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