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검찰을 바라보는 용산 대통령실의 불편한 시선...왜?
  • 조해수·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2 11:3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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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의 일처리 방식에 예민한 반응...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기소에 '갸우뚱'
김건희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왜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았느냐는 불만 있는 듯

윤석열 대통령이 1월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불거진 충돌로 여의도 안팎이 한동안 떠들썩하더니, 23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 만남-29일 용산 대통령실 오찬 등으로 윤-한 갈등이 겉으로 보기엔 빠르게 수습되고 있다.

그러나, 갈등 표출-봉합 과정에서 드러난 윤-한의 모습은 검사 출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정부·여당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이 정치인이 아니라 여전히 ‘특수통 검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로 규정하고 “공천과 관련한 당무에 개입해 공직선거법 85조 등을 위반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1월30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왼쪽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국회 사진 취재단
이원석 검찰총장(왼쪽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국회 사진 취재단

이원석 총장 직권으로 '이태원 참사'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수심위 회부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 격인 검찰 역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검찰에서는 의미 있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다. 이태원 참사 관련 서울경찰청장 기소, 법무부 장관 내정자 지명과 대검찰청 차장검사-법무부 검찰국장 임명 등이 그것이다. 또한 검찰은 윤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용산(대통령실)이 서초동(검찰)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4·10 총선에서 정부·여당의 불안 요소는 윤-한 갈등이 아니라 ‘이원석 검찰총장’이라는 시선까지 존재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서부지검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1월19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원석 총장(사법연수원 27기)의 결심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처음 이 사건을 맡은 수사팀은 김 전 서울청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봤으나, 지난해 9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로 새로 구성된 수사팀은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에 이원석 총장은 직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회부를 결정했고, 수심위는 기소를 권고했다. 수심위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소 적법성을 심의하는 기구다. 외부 전문가 150~3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무작위 추첨으로 해당 안건을 심의할 위원 15명을 선정한다. 현재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수심위 결정 사항은 강제력이 없지만, 검찰은 수심위 권고에 따라 김광호 전 서울청장을 기소했다.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은 지 1년 만의 일이다. 여권 관계자는 “수심위에서도 전체 15명 중 6명은 불기소 의견을 냈다. 그만큼 민감하고 찬반 양론이 팽팽한 문제”라면서 “용산에서는 내심 불기소를 바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는 수심위에 맡길 것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자기 책임 하에 직접 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서울청장이 기소되면서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서울경찰청장에 새 사람(조지호 치안정감)이 임명됐는데,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이 침해받았다는 인식이 여권 일각에서 감지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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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사건, 기소든 불기소든 진작 결정했어야”

서초동에 대한 용산의 불만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쌓여왔다고 한다.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28일 이른바 ‘쌍특검 법안(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통과시켰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확산되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충돌까지 빚어졌다.

“쌍특검부터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갈등까지, 모든 일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고 뭉개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여권 일각의 시각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맡고 있는데, 1년 반이 되도록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문에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와 김건희 여사의 어머니, 즉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계좌가 불법 시세조종에 실제로 동원됐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했거나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없다. 4·10 총선 전에 권오수 전 회장에 대한 2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판결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사건과 함께 서울중앙지검(형사1부)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기소도, 불기소도 결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샤넬 재킷 비용 문제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다루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23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이원석 총장의 사법연수원 10기수 선배인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17기)을 지명했다. 이보다 앞선 22일, ‘검찰 2인자’인 대검 차장에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28기)이 임명됐다. 검찰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은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29기)이 맡는다. 모두 윤 대통령의 직계 인물로 분류된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믿을맨’들을 전진배치하면서 이원석 총장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자용 차장과 권순정 국장의 부상은 차기 검찰총장 인사에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 중순까지며, 지금까지 차기 검찰총장 ‘0’순위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비대위원장)가 검찰 출신이다 보니 여러 가지 오해가 쌓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누가 됐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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