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이재용…‘9만 전자’ 전망엔 ‘청신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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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턴어라운드, 저PBR 테마 탄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 9.4만…일각선 “13만원 간다”
“사법리스크 주가 영향, 일시적‧제한적일 것”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1심 선고가 나옴에 따라, 그로 인한 주가 변동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선고는 2017년 국정 농단 사건과 불법 프로포폴 투약으로 유죄를 받았던 이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사법 리스크’다.

다만 과거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보면, 총수 경영 공백을 유발한 각종 사건 때마다 주가가 일부 하락했지만 이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여기에 사법리스크와는 별개로,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종목) 수혜주로 지목되며 주가 전망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에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최대 13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월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 연합뉴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15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용 ‘운명의 날’…숨죽인 삼성전자

5일 코스피 시장에서 오전 11시50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1.73%(1300원) 하락한 7만39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주가는 1.3% 내린 7만4200원에 문을 연 뒤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이재용 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도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기소됐다. 2015년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하도록 부당 개입했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도 관여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계에선 이번 선고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을 거쳐 2022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해선 2021년 1심에서 7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사이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은 106차례 열렸으며, 이 가운데 95번을 이 회장이 직접 출석했다.

이날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 경영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실형 선고가 이뤄진다면 삼성전자는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반대로 무죄 또는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이 회장은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법리스크에도 목표주가↑…“반도체 실적 회복”

이처럼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경영상 불확실성을 마주했지만, 증권가에선 목표 주가를 오히려 올려잡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현재보다 25%가량 높은 9만4130원이다.

증권업계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올린 주된 이유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 규모를 2조원대까지 축소했고, D램 부문은 이미 흑자로 돌아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들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공급 부족이 가시화할 것”이라며 “올해 삼성전자 메모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조원 손익 개선이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올해는 글로벌 스마트폰의 회복, 이 중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큰 유럽과 중국 기저효과를 예상한다”며 “1분기 이후로는 메모리 중심의 실적 개선과 2024년 세트 부문의 회복에 힘입어 연중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 ‘기업 밸류업’ 도입하면 주가 2배 오를 수도”

업계에선 이날 선고 자체는 삼성전자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보면, 이 회장의 구속 등 관련 이벤트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금방 회복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던 2017년 2월17일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단 0.4% 빠진 채 장을 마감했고, 한 달 후엔 오히려 10% 넘게 상승했다. 2021년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된 같은해 1월18일 삼성전자 주가는 3.41% 크게 하락했지만 주가는 4거래일 만에 원상태를 회복했다.

여기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면서, 국내 증시에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돌아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6조890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코스피 하락을 이끈 기관이 이달 들어 2거래일 동안 8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은 현대차나 등 ‘저PBR주’로 지목된 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도 이 같은 저PBR주 선호 심리의 수혜를 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현수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4년 기준 PBR은 1.32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PBR이 현재 1.4배에서 2.2배로 올라 주가가 13만원 이상으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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